▲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 여부 통보를 앞둔 8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으로 아주중학교를 졸업한 김군 친구들이 응원을 나왔다.
김시연
"우리는 다짐합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그럼에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1년 전 이란 출신 김민혁(16)군 난민 인정을 위해 힘을 모았던 아주중학교 졸업생들이 친구 아버지를 위해 다시 뭉쳤다. (관련 기사:
수영장·영화관 포기하고 '땡볕시위'한 중학생들 http://omn.kr/s0zn)
아주중 졸업생 30명은 12일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불인정에 대해 실명으로 입장문을 내고, 난민 인정을 거듭 촉구했다.
친구 아버지 난민 불인정에 다시 뭉친 아주중 졸업생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8일 김민혁군 아버지 A씨의 난민 인정을 거부하고 대신 1년간 인도적 체류를 결정했다. 미성년자인 자녀 양육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김군이 성인이 되는 3년 뒤를 기약할 수 없는 시한부 체류 결정이었다.(관련 기사 :
'기적' 없었다... 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불인정' http://omn.kr/1kcdv)
애초 난민 인정만 염두에 두고 "10년의 꿈이 이루어지다"라는 제목의 입장문만 준비했던 김군의 친구들은 그날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4일 뒤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불인정 결정에 꺾인 꿈"이라는 제목으로 '차마 쓸 수 없었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똑같은 사유로 난민신청한 아들과 아버지에게, 아들은 박해의 위험이 있고, 아버지는 박해의 위험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다니요"라면서 "포용과 존중을 배우려 했던 우리에게 배척과 편견의 독한 대답으로 던져진 판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9년 8월 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민혁이가 울고 선생님이 울고 적어도 아주중이 운 날이니까, 친구를 지키고 생명을 지키려 했던 작은 정신 하나가 꺾인 날이니까"라면서 "그럼에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그러니 누가 됐든 우리의 슬픔 곁에 서 함께 해달라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라고 호소했다.
입장문 작성을 주도한 박지민(16)군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 다시 입장문을 준비하자고 결론내리고 그날부터 주축 학생들을 중심으로 나누어 썼다"면서 "앞으로 김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국회와 유엔난민기구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시위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저마다 고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진 뒤에도 이렇게 한데 모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군은 "일단 시작했는데, 학교가 달라졌다고, 만나기 힘들다고 참여가 저조한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문제가 완벽하게 정리될 때까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 교사 등 주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박군은 "우리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시고 오히려 언론에서 주목한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