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혐의로 구속수감된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던 이들을 경질한 다음부터 블랙리스트는 한결 강하게 적용된다. 문체부의 신임 기획조정실장으로 온 송수근이 전편에서 본대로 '건전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그 내용은 김종덕 장관을 통해 2014년 10월 21일에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된다. 김기춘 실장은 그 보고서 내용을 매우 흡족해했다. 그 후 송수근 기조실장이 문체부에 구성된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 단장을 맡으면서 블랙리스트 적용에는 속도가 붙는다.
2014년 10월경 예술위는 '2015년도 아르코 문학창작 기금사업' 지원 신청을 공고했다. 예술위가 관리하는 문예기금 지원사업 중 하나다. 2014년 11월 중순까지 문화예술인 959명(단체 포함)이 지원신청하였다.
이 무렵 김소영 문체비서관이 문체부의 김정훈 예술정책관과 이*우 예술정책과장에게 지원 신청자 명단을 청와대에 보내라고 요구한다. 이에 따라 예술정책과 오진숙 사무관이 예술위로부터 11월 즈음에 전체 신청자 명단(959명)을 받고 2015년 1월 22일에 실시된 1차 무기명 심사를 통과한 198명의 명단도 받은 뒤 청와대 문체비서관실의 김낙중 선임행정관에게 보낸다.
명단을 받은 김소영 비서관은 정무수석실의 정관주 소통비서관에게 보내 배제해야 할 명단을 선별해달라고 요청한다. 정관주 비서관은 소통비서관실의 우재준 행정관에게 실무를 맡겨 정부정책 등을 비판한 적이 있는 인물 등 지원배제 대상 17명을 선별해 교문수석실에 통보한다. 김기춘의 지시로 청와대에 구성된 '민간단체보조금 TF'가 만든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전편 기사 참고)를 지침 삼아 만든 명단이었다.
17명의 블랙리스트를 김낙중 선임행정관이 김소영 비서관과 김상률 교문수석에게 보고한 뒤에 문체부 오진숙 사무관에게 통보한다. 오 사무관은 이를 김종덕 장관에게까지 보고한 후, 예술위의 이한신 예술진흥본부장과 장용석 창작지원부장에게 알려준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문예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한다.
심의위원들이 블랙리스트 거부하자 직접 나선 박명진 예술위원장
그 후 2015년 3월 31일과 4월 1일에 예술위가 '2015 아르코창작기금 지원' 2차 심사를 진행한다. 예비자 8명을 포함하여 102명이 2차 심사를 통과한다. 2차 심사단계에서는 이 블랙리스트를 적용할 방법이 없어 청와대가 지목한 이들 중 5명도 2차 심사를 통과한다.
예술위 장용석 부장은 2차 심사 통과자 102명의 명단을 다시 오진숙 문체부 사무관에게 보낸다. 오 사무관은 청와대의 검토를 받은 후 청와대가 지목했던 이들을 3차에서는 탈락시킬 것을 예술위 장 부장에게 지시한다. 청와대가 지목한 명단은 처음에는 17명이었지만 그 후에도 추가되어 아르코창작기금 관련 블랙리스트 규모는 더 커졌다.
2015년 5월, 최종 심사인 3차 심사에 앞서 예술위 장용석 부장 등은 하*백 책임심의위원을 먼저 찾아가 이렇게 요청한다.
"상부의 배제지시로 사업이 어렵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업이 중단되게 생겼으니, 2차 심사에서 선정된 102명 중 배제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해 달라."
하*백 책임심의위원은 부당한 이 요청을 거절한다.
장용석 부장은 2015년 6월 5일에 열린 3차 심사에 직접 참석해 책임심의위원들에게 '배제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심의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역시 심의위원들이 거부한다. 다시 6월 27일에 3차 심사 회의가 재차 열리는데, 장용석 부장은 '도저히 할 수 없는 8명만 빼고 도장을 찍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이것도 심의위원들이 거부한다.
그러자 예술위의 박명진 위원장이 지원심의가 예정된 일정보다 지연되고 문예기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 큰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니 청와대의 양해를 요청한다. 그 결과 문체부와 청와대가 협의하여, 청와대에서 하달한 배제대상자 중에서 5명만 지원배제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애초 심사권을 가지고 있던 책임심의위원들의 심의는 거치지 않고 2015년 7월 17일에 열린 예술위 전체회의에서 서면으로 의결되었다.
"극단 백수광부와 그린피그에는 대관해주지 마라"
예술위가 추진하는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정기대관 사업'이나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에서도 청와대는 배제 대상자를 선별한다.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로 선정한 이유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노무현 지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야권연대 공동 선대위' 등에 참여한 것이었다.
예술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2014년 8월 28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2015년 정기대관 공모' 접수를 시작하여 10월 8일까지 대관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러자 문체부는 10월 31일경 청와대로부터 대관 신청 단체 중 서울연극협회, 극단 백수광부, 극단 그린피그 등 대관 불허 대상 19개 단체 명단을 받고 이를 예술위에 하달한다.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극장대관은 공연예술센터장의 의견을 들어 예술위 위원장이 결정하게끔 되어 있었다. 2014년 11월 14일에 대관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목한 극단 백수광부의 작품 <굿바이>는 A등급을, 극단 그린피그의 작품 <트로이아의 여인들>은 B등급을 받았는데도 예술위 위원장은 서울연극협회, 백수광부, 그린피그 등을 모두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2014년 11월 11일 즈음에 예술위는 '우수 문예지 발간지원 사업' 신청접수를 마감한 뒤 신청자 명단을 문체부에 보낸다. 그 후 문체부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지목한 지원배제 대상 문예지 11개의 명단을 예술위에 하달한다.
예술위는 청와대에서 하달한 명단 중 <실천문학>과 <문학동네>를 배제하면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문체부에 내는데, 문체부 역시 2015년 3월경 '문학검열에 대한 현장의 우려' 등의 부정적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다. 그 결과 청와대의 양해를 얻어 예술위는 2015년 3월 31일에 청와대가 지목한 9개의 문예지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고 <실천문학>과 <문학동네>는 지원하기로 한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이처럼 청와대의 블랙리스트가 적용된 예술위의 사업으로는, 앞서 본 '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예술극장 대관' 사업 외에도 '교정시설·군부대·사회복지시설 순회공연 지원', '장애인 문화예술향유 지원', '주목할만한 작가상 선정' 사업 등 10개가 넘었다.
예술위의 각 사업 담당 직원들은 문체부를 통해 하달된 청와대의 배제명단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는 '이 사람들이 들어가면 사업을 못 하게 되니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방식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배제대상자에게 불리한 심의기준을 임의로 추가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심의위원들이 탈락시키게끔 유도하였다.
"이런 책을 배제하지 않으면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
전편에서 소개했듯이 보수우익 매체인 <미래한국>이 문체부가 선정하던 '우수도서'에 대해 비방을 한 후, 김기춘 실장과 청와대, 그리고 문체부는 '우수도서' 선정 사업을 손보기로 한 바 있다. 그 탓에 문체부의 위탁을 받은 민간단체(도서관협회,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등)가 수행하던 '우수도서' 선정 사업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출판문화진흥원'에서 일괄 수행하고, 사업 명칭 역시 '세종도서' 선정·보급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학술분야, 교양분야, 문학분야에서 우수한 도서를 선정하여 도서별로 1000만 원 상당을 출판진흥원이 구매한 뒤 이를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2014년 7월 30일경에 출판진흥원이 '2014년 세종도서 교양 및 문학부문 선정·보급사업'을 공고한다. 10월 하순까지 문학부문에서 1510종의 도서에 대한 신청이 접수되었고, 1차 심사를 거친 후 736종의 도서가 2014년 11월 4일에 실시된 2차 심사를 통과한다.
그러자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 이승재 사무관 등이 출판진흥원의 민경미 출판산업진흥본부장과 유신영 콘텐츠진흥팀장에게 세종도서 2차 심사를 통과한 신청자 목록을 건네달라고 한다. 이승재 사무관은 민경미 본부장 등을 통해 받은 이 736종의 도서 목록을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김미라 행정관에게 보낸다.
김미라 교문수석실 행정관은 김소영 비서관으로부터 '정부비판, 이념편향 서적들이 세종도서로 선정되지 않도록 잘 챙기라'는 지시를 받은 뒤 배제 대상 도서를 선별한다. 그래서 김미라 행정관이 인터넷으로 각종 시국선언 참여자 등을 검색하면서 세종도서 선정 배제 대상 도서로 선정한 9종은 김소영 비서관에게 보고된 뒤 이승재 문체부 사무관에게 전달된다. 이승재 사무관은 이를 출판진흥원 민경미 본부장과 유신영 팀장에게 지시한다. 그러면서 이 사무관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도서가 배제되지 않으면, 진흥원 직원 전체가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 위에서 완강하다.'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선정한 이 9종의 책 중에는 '만해 문학상' 수상작인 <소년이 온다>, '대산 문학상' 수상작 <체 게바라 만세>,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 <그리운 나무> 등이 들어 있었다. 민경미 본부장과 유신영 팀장이 이승재 사무관에게 배제 지시를 재고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문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후 2014년 11월 14일에 문학부문 3차 심사(선정위원회)가 열리는데 민경미 본부장도 이 회의에 참여한다. 그 자리에서 민경미 본부장은 심사위원들에게 문체부로부터 하달받은 사실은 숨긴 채, '가능하면 다른 책으로 선정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그 결과 청와대로부터 하달받은 9종의 도서가 전부 세종도서 선정에서 제외되어 11월 28일에 선정 결과가 공고된다.
'2015년 세종도서 교양 및 문학부문 선정·보급사업'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출판진흥원 유신영 팀장이 2차 심사를 통과한 신청자 목록을 문체부에 보내고 이는 다시 청와대 교문수석실 김미라 행정관에게 전달된다.
그러자 김미라 행정관이 공지영 작가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를 비롯해 배제 대상 도서 15종(문학부문 10종, 교양부문 5종)의 도서를 배제대상으로 선별한 뒤, 김소영 비서관에게 보고한다. 이 역시 문체부 이승재 사무관을 거쳐 출판진흥원 민경미 본부장과 유신영 팀장에게 하달된다.
출판진흥원에서 문학부문의 3차 최종 심사는 2015년 10월 29일에 개최되는데, 심사회의에 참여한
민경미 본부장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문체부의 지시임을 숨긴 채 '올해는 다른 중소출판사를 선정하였으면 좋겠다' 등의 유도성 발언으로 심사에 개입한다. 그 결과 문학부문 10종의 블랙리스트 중 2종은 살아남고 8종은 탈락한다.
그 후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 김일환 과장이 민경미 본부장에게 연락하여 탈락하지 않은 2종의 도서를 빼도록 심사를 다시 할 수 없는지 문의한다. 다행히 심사 결과는 바뀌지 않았지만 이 때문에 최종 결과의 공고가 지연되기도 하였다.
한편 교양부문의 3차 최종 심사는 2015년 11월 6일에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도 민경미 본부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정치편향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교양도서는 제외하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그 결과 청와대에서 하달한 5종의 교양부문 도서가 모두 최종 선정에서 탈락한다.
"동성아트홀이 통과되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