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주택뭉게 뭉게 흰구름이 깔린 하늘아래 주택이 평화스럽게 느껴진다.
문운주
비행기 안에서 13시간 동안 앉아만 있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텍사스 여행 계획을 세운 두 달 전부터 기대가 아닌 두려움이 앞섰다. 몇 년 전 국외여행 때 비좁은 좌석에서 진땀 흘렸던 기억이 악몽처럼 다가왔다. 무더운 날씨에 대한 걱정과 평생 처음인 낯선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됐다.
지난 27일 오전 9시 비행기에서 내렸다.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은 생기가 넘쳤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학업, 취업, 여행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텍사스는 알래스카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다. 목장과 카우보이, 최 첨단 정보 통신과 IT 산업, 제2실리콘 밸리 등... 미국의 떠오르는 지역이다. 면적이 남한의 7배, 한반도의 3배 정도나 된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텍사스중질유'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첨단 검색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공항이지만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직원이 안내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여권과 지문을 셀프 등록하고 개별 심사대를 거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반, 광주에서 서울까지 거리다. 광주에서 인천, 인천에서 댈러스,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 자동차를 타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구름, 초원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릴 때의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해서일까.
한눈에 들어오는 지평선, 하늘과 맞닿아 있다. 산이 없는 초원이 이어지는 탓에 사방이 하늘이다. 텍사스의 볼거리는 단연 하늘과 구름이다. 장시간 비행의 피곤함도 잊은 체 그 청순함에 넋을 잃었다. 너무 광활해선가. 간헐적으로 보이는 가로수나 신호등이 신기하다. 넓은 땅에 굳이 오밀조밀 가꿀 필요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