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참가한 시민촛불발언대에 참여해 일본 아배 정권을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위안부·강제징용·역사교과서·독도 이슈 주무르다
일본회의는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극우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일본회의는 1997년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의 통합으로 발족했다.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는 지난 수십 년간 있었던 역사교과서 파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단체다. 이들은 그중 세 번째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노다니엘 교토산업대 객원연구원의 <아베 신조와 일본>은 "세 번째 파동은 1986년에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는 일본의 우파 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지금의 일본회의)'가 편찬한 고교용 교과서 <신현일본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부터 교과서 문제로 주목을 끌었던 극우 단체가 일본회의의 양대 모체 중 하나였던 것이다.
바로 이 일본회의가 지금의 한일관계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0년까지 이루려 했던 자신들의 목표에 한반도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회의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헌법 제9조를 바꿔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패망 이전의 일본을 복원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연초부터 전개된 한반도 평화 국면으로 인해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도 한일관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7월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에서 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일본회의에 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발언 일부를 한국어 어법에 맞게 수정했다.
"제9조 폐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해왔는데, 2015년 중의원 선거에 이겨서 희망을 갖게 되고, 작년이 일본회의 창립 20주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20주년 기념 때 올해 선거를 이기고 처음으로 헌법 개정안을 집어넣어, 내년 2020년에는 올림픽과 함께 일본이 전전(戰前)의 헌법으로 돌아감으로써 자기들의 숙원 사업이 다 성취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변수가 생겨버린 거예요. 2018년에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과 문재인 정권의 등장에 의해서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올해 판문점 회동까지 이루어짐으로써 어떻게 보면 일본회의가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거고, 잘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2017년 박근혜 탄핵 및 문재인 정부 출범 앞에 둔 것은, 발언 중에 무심코 나온 실수로 보인다. 헌법 제9조 개정으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한반도 주변에 위기가 상존해야 하는데 최근의 평화 국면으로 인해 지장을 받게 됐다는 것이 이영채 교수의 말이다. 이로 인한 당혹감이 아베 내각의 무리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국면도 일본회의와 아베의 강공 드라이브를 부추기고 있다는 거다.
위 인터뷰에서 강조된 것처럼 아베 내각 배후에 일본회의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 일본회의의 배후에 있는 실체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 배후에는, 1945년 당시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숨어 있다. 일본을 패망시켰을 당시의 미국이 당혹스러워 할 만한 일이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