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니쿨라.유리벽을 통해 류블랴나 시 구시가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노시경
투명한 유리 속에 지어진 푸니쿨라 매표소 창구에서는 류블랴나 성의 역사박물관과 전망대 티켓도 있어서 한꺼번에 티켓을 구매했다. 경사진 길을 오르는 트램 같이 생긴 푸니쿨라는 생각보다 내부가 넉넉해서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탈 수 있었다. 사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푸니쿨라가 오르기 시작하자 방금 지나왔던 류블랴나의 구시가지가 점점 발 아래로 멀어져 갔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성 안 지하공간으로 들어서자 양쪽으로 힘껏 펼쳐진 드래곤의 날개가 보인다. 드래곤 날개만 있고 몸통은 없으니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 드래곤이 되어 사진을 찍는다. 류블랴나의 상징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입구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와 아내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을 따라 성의 1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옆에는 류블랴나 성을 복원하는 과정이 담긴 전시물들이 보인다. 누가 보아도 과거의 역사와 똑같은 성을 복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성의 외관 만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 기둥의 높낮이까지 세밀하게 복원한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외부공간으로 이어지는 지하공간의 철제 기둥들도 과거부터 보존해 온 것이라니 참으로 치밀한 복원이다.
박물관 입구에서는 유물들을 설명해 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다. 다행히 이 류블랴나 성에는 유럽여행 중에 흔치 않은, 한국어로 된 가이드가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빌려서 목에 걸었다. 풍부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대로 우리는 역사여행의 방향을 잡아나갔다. 가이드에 너무나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 우리는 그 내용을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의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된 류블랴나 성벽이 언덕 위의 높은 평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류블랴나의 웅대한 성벽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류블랴나 성의 안마당이 펼쳐졌다. 성의 안마당에서는 방문객들이 석재 바닥에 자유롭게 엉덩이를 깔고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여유로운 류블랴나 시민들의 모습은 류블랴나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다.
중세시대의 류블랴나 성은 터키의 침략을 막는 지역수비대가 주둔하는 요새로 사용되었다. 17~18세기에는 군사 병원, 무기 저장고 및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05년에 정부에서 류블랴나 성을 사들여 관광지로 개발한 뒤 현재는 관광객들과 류블랴나 시민들이 찾는 최고의 휴식처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