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배이상헌 교사의 성 윤리 도덕 수업 내용을 성비위로 규정한 시교육청에 “수업권·교권 침해 행정을 중단하라”는 교육계의 항의 시위 장면. <출처=교사 배이상헌 페이스북>
광주드림
이 사안은 매우 복합적인 갈등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갈등 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사건을 다양하게 해석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들을 섬세하게 찾아내어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준비도, 역량도, 의지도 부족했다.
배 교사의 소명자료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민원이 접수된 이후, 해당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을 면담하지 않은 채 배 교사에게 수업 배제를 통보했으며 이후 직위해제로 징계를 확정했다고 한다. 또 관련 기사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경찰조사과정에서 소명기회가 있을 것임을 안내"했고 "교육부 성비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재판이나 감사에서 잘잘못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찰조사과정에서 소명하라는 것은 교육청이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교육청은 교사에게 해당 학생과의 분리를 요구하기 전에 해당 민원에 대한 교사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야 했다. 수업 내용과 관련한 민원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교육청의 책임이다.
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을 동시에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교육기관이다. 또한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갈등의 당사자들과 두루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다. 교사를 성비위 교사라 낙인찍기 이전에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생, 학생과 수업을 함께 들은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경청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서로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교사와 마주앉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입장을 안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중재의 과정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주시교육청은 그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더욱 슬프게도 이 실패는 광주시교육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육에서도 논쟁적인 주제 다뤄야
한국 사회는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고 해결하는 힘을 무서운 속도로 잃어버리고 있다. 강력한 징계를 통해 사건을 빨리 무마하려는 행정기관의 조급함은 개별의 존재가 가진 고유한 맥락을 삭제해버렸으며 서로의 권리를 조정하고 조율함으로써 갈등을 배움의 과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렸다.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이 사라져 버리는 사회에서 교육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논쟁적인 주제를 교육에 포함하라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교사는 징계를 받아 직위가 해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며 시민성에 대해 탐구하는 교육적 열의를 보일 수 있을까?
부디 광주시교육청이 이 사안의 엄중함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행정 절차와 사법적 권위에 위임한 교육기관의 권한을 되찾아 진보교육감의 정체성을 입증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건은 한국 교육의 흑역사를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될 것이며 진보교육감은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또 한 번 잃게 될 것이다.
* 관련기사 <안녕하세요, 성윤리로 물의 빚은 그 영화의 감독입니다 http://omn.kr/1kcsx>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