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대신 하루 종일 차만 570km를 탄 필자와 참가자
이윤기
자전거를 잃어버린 참가자는 고갯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배탈이 났기 때문에 다음 구간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냥 버스에 타고 있다 병원까지 다녀왔고, 대양면 복지센터에 함께 내려놓은 주인 없는 자전거는 급하게 출발 준비를 하느라 아무도 챙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24시간 넘게 자전거가 세워둔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조용한 동네를 떠들썩하게 지나갔던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라는 명찰이 자전거에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막상 자전거를 찾았을 때는 너무 기쁘고 흥분해 잠깐 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전거가 서 있던 모습 그대로 기록 사진이라도 찍어둬야 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바퀴를 분리해 승용차 뒷좌석에 싣고 논산을 향해가는 국토 순례단을 뒤쫓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트렁크 위에 올려 둔 카메라 가방, 깜박하고 그냥 출발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지요. 왜 불길하고 황당한 일은 연속해서 일어나는지요. 의령군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할 무렵부터 자동차 에어컨이 말썽을 부렸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잘 안 나오더군요. 한여름 폭염에 에어컨이 고장난 차를 타고 논산까지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어 근처 카센터를 검색하였더니 단선 IC로 가는 길목에 정비공장이 있었습니다. 에어컨 안 나오는 차를 타고 20여km를 이동하여 정비공장에 들어갔지요.
에어컨 배관이 얼어 붙었다고 하면서 몇 가지 응급처치를 하고 테스트를 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여 차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충전을 하고 아침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뒤 카메라를 잘 챙겨서 차 안이나 트렁크에 실어야 했는데, 트렁크 위에 올려두고 전화 통화를 하느라 깜박 잊어버렸습니다. 한 참 후에 에어컨 수리가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 결제를 하고 나오면서도 카메라 가방을 까맣게 잊어버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