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내내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배려하는 노부부
이선배
비록 할아버지는 노쇠하여 킬리만자로를 오르던 활기찬 발걸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 발걸음에서 인생의 진중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랑'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는 조지아이었기에 그런 노부부의 사랑은 더 애틋하다. 사실 조지아는 열정적인 사랑의 상징 '장미'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도 장미꽃으로 만든 화관을 파는 노점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는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도 이곳 조지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전 러시아 여행 때 '백만 송이 장미'가 러시아 민요의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여행했던 발틱 3국 중 라트비아에서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이 라트비아 노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라트비아가 과거 구소련의 일원이어서 러시아 노래였다고 퉁 쳐서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곳 조지아에 왔더니 '백만 송이 장미'가 조지아의 노래라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팩트 체크를 해보니 사실은 이러하다.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은 발틱 3국 중 한 곳인 라트비아에서 1981년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이라는 곡으로 처음 발표 되었다. 가사 내용은 강대국에 나라의 운명이 휘둘리는 라트비아의 고난을 암시한 것으로 제목에 나오는 '마리냐'는 라트비아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다.
그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어렸을 적 내가 시달릴 때면
어머니가 가까이 와서 나를 위로해 주었지
그럴 때 어머니는 미소를 띠어 속삭여주었다네
마리냐는 딸에게 인생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는 것을 잊었어
시간은 흘러 더 이상 어머니는 없네
지금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지
그래서 외로움에 물리면 어머니를 떠올려
어머니와 똑같이 중얼거리는 한 사람 바로 내가 있다네
마리냐는 딸에게 인생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는 것을 잊었어
이제 그러한 일 모두 잊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놀란다네
이제는 나의 딸이 미소를 띠며 그렇게 흥얼거리고 있음을
이러한 까닭에 라트비아의 노래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2년 러시아의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새롭게 작사한 것을, 미녀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르면서부터다. 그러니 러시아의 노래라는 것도 맞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