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작정하고 오름에 올라가봤다

더위를 식히려면 더위를 찾아가야 한다

등록 2019.08.04 19:29수정 2019.08.04 19:4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너무 더워 일주일에 한번씩 계획한 오름 오르기를 많이도 빼먹었다. 아침 7시에 올라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작정했다. 7시에 일어나 적어도 8시에는 출발하여 기어코 민오름에 올라가기로.


아침은 역시 선선했다. 표선에서 출발했다. 번영로를 따라 대천동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송당 민오름에 도착하니 방역상 출입을 금지한다고 팻말이 붙어 있다.
 
민오름 아래에서 올려다 본 민오름,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민오름아래에서 올려다 본 민오름,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신병철

그렇다면, 조천에 있는 민오름으로 가기로 한다. 민오름은 내가 아는 것만 3개가 있다. 송당, 조천, 봉개의 오름이 그것이다. 거문오름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거문오름 반대편으로 간다. 오른쪽에 민오름이 보인다. 산으로 길이 길게 나 있어 차를 대고 올라간다. 
 
민오름 올라가는 길 올라가는 길이 험하다. 정상으로 수직으로 나 있다. 아마도 소나무재선충작업을 위해 만든 길인듯 했다.
민오름 올라가는 길올라가는 길이 험하다. 정상으로 수직으로 나 있다. 아마도 소나무재선충작업을 위해 만든 길인듯 했다. 신병철

찻길을 따라 올라간다. 왼쪽에는 엄청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다. 산쪽으론 철조망이 쳐져 있다. 오름을 한바퀴 돌아야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을 돌아가니 막다른 길이다. 길이 없다.

되돌아 나오며 자세히 보니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정상까지 수직으로 난 길이다. 아마도 재선충 걸린 소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닦은 길로 보였다. 울창한 삼나무 숲을 지나 꼭대기로 향한다. 후다닥 노루 두마리가 위에서 뛰어 간다. 저 하늘이 보이는 곳이 정상이다. 숨이 턱에 차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 쯤 꼭대기에 도착했다.   
 
민오름 민오름 주변은 온통 푸른 들판이다.
민오름민오름 주변은 온통 푸른 들판이다. 신병철

정상 부근에 도착하니 아래 지역이 보인다. 온통 푸른 들판이다. 섬이긴 하나 제주도는 엄청 넓다. 나무가 많아 주변 풍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기적인 생각이긴 하나 오름등반가는 빽빽한 나무가 밉다. 
 
민오름 민오름 정상에서 본 서쪽 주변의 오름들.
민오름민오름 정상에서 본 서쪽 주변의 오름들. 신병철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넓은 들판과 간간이 솟은 오름이 눈맛을 보탠다. 오름들이 봉긋봉긋하지 않고 꼭대기는 늘 저렇게 평평하다. 분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소 바람개비들이 보이니 아마도 표선 가시리쪽인가 보다. 저 멀리는 바다가 있고 그 위에는 하늘이 있다. 바다와 하늘은 쉽게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다.
 
민오름 민오름 정상에 난 길은 온통 숲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짙은 녹음이 여름임을 말해준다.
민오름민오름 정상에 난 길은 온통 숲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짙은 녹음이 여름임을 말해준다. 신병철

정상에서 수박을 나눠먹면서 땀을 식힌다. 등산로 길은 잘 보이지 않고 재선충길이 넓직하다. 할 수 없이 재선충길을 따라 왼쪽으로 돈다. 분화구는 나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름 오르는 재미가 반감한다. 반쯤 돌았을까. 재선충길도 끝났다. 아무리 길을 찾아도 없다. 되돌아 간다. 겨우 등산로 길을 찾았다.
 
민오름 내려가는 길은 숲길이다. 삼나무 숲 아래에는 왕모시풀이 땅을 덮었다.
민오름내려가는 길은 숲길이다. 삼나무 숲 아래에는 왕모시풀이 땅을 덮었다. 신병철

수풀이 사정없이 우거졌다. 길이 그 아래 가만히 숨어 있다. 편백나무 숲이 나타났다. 얼마나 빽빽한지 그 아래에는 우두컴컴했다. 밝은 데로 나왔더니 불조심 산지기 막사가 나타났다. 햇빛이 강렬하다. 이젠 아래로 내려간다.

잡목 숲을 지나자 삼나무 숲이 나타났다. 그 아래에는 왕모시풀이 맘껏 커가고 있다. 경쟁하는 풀이 별로 없나 보다. 아내와 휴가차 내려온 아들이 더위를 잠시 식히고 있다.
 
민오름 둘레길 민오름 둘레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민오름 둘레길민오름 둘레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신병철

다 내려 오니 찻길이 나타났다. 방향을 잡아 차 대 놓은 곳으로 걷는다. 상당히 멀다. 땀이 샘솟듯 한다. 10시가 넘었다. 햇볕이 따갑다. 그늘을 찾아 아무말 없이 걷는다. 반가운 차가 보였다.

더위를 식히려면 더위를 찾아가야 한다. 한여름에 오름 올라가면 덥다. 그러니 더위를 식히려면 오름을 올라가면 된다. 민오름 한 개를 올라가 봤다. 두 개가 더 기다리고 있다.
#민오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