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메이크랩 <평범한 장치 Banality of things>단일 보드 미니 컴퓨터, 터치 디스플레이, 모터, 나무, 프로세싱 / 가변 크기 / 2019
장현수
다른 시간대가 동시적으로 연결되는 감각은, 언메이크랩의 <평범한 장치>를 통해서 확장된다. 이곳에서 당대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동일성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물질은 '물'이 유일할지 모른다. 고문실에서도 흘렀고 옆 건물인 식당에서도 흘렀으며, 그 순환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식당의 낡은 배관을 통해 물이 똑똑똑똑 새어나오고 있는데, <평범한 장치>는 그 물의 존재를 디자인된 장치를 통해 증폭시킨다.
옆 건물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그 물은 음식을 하는 식수로 사용되었을 터인데, 식당의 일상 소음을 재생시킨 사운드 작업을 들으면서 그 물의 흐름과 증폭을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이 건물의 '해제'시켜야 할 은폐된 것들의 통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격리하려 했지만 물은 흘러 다녔으니, 이 평범한 장치는 이제 물이 상기시키는 기억을 일상 안에서 의미화할 것을 관람객에게 요청한다. 이는 또한 사진과 디자인이 자신의 방법으로 역사를 재현하는 문제이며, <잠금해제>가 해제시켜 드러낸 사실들이 제 자리를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디자인, 우리 사회를 비평하다
지금 내 지갑에는 벨벳 소재의 작은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2014년 이후로 줄곧 달려 있는 이 리본은, 몇 번 잃어버렸지만 곧 다시 달렸다. 소모임에서, 전시장에서, 카페에서 혹은 어느 자리에서 이 작은 노란 리본은 "가져가세요" 라는 이름을 달고 배포되었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요구했다. '이 리본 액세서리는 애초에 누가 디자인한 것일까?'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익숙하고, 반복해서 재생산되며 사람들 사이에 침투하고 있는 "디자인된 사물". 세월호 이후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노란 리본을 요소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사회 비평으로써의 디자인이 활성화되고 있다. 디자인은 원래, 메시지를 송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일으키고, 사회의 질서를 편성하고 일상과 행위를 조직하는, 사회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노란 리본이라는 사물은 아직 충분히 통용되지 않았던 디자인의 어떤 면, 이를테면 기억을 매개하고 동시대의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발견하게 한다. 자본주의에서 태어나 그 시스템의 장밋빛 미래를 다시 전시하는 디자인의 태생적 조건의 이면에서 이러한 사회적 요소를 발견하고, 발언하고, 정치적 실천으로 가져가는 앞으로의 흐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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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빈칸), 철근콘크리트 흑벽돌,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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