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논산지역 참가자들
이윤기
바람에 굴복당했던 제주와 금강 맞바람 기억
어느 해 겨울 청소년들과 제주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며 성산에서 제주시로 가는 구간에서 '바람 많은 제주' 맞바람을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날은 비까지 내려서 비바람을 뚫고 라이딩을 하였는데, 예상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더 늦게 제주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금강 자전거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금강에서는 맑은 날 부는 강바람이었는데, 하루 종일 하구에서 상류로 바람이 불어 대청댐에서 군산으로 가는 내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군산에서 대전으로 되돌아 갈 때 기차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1시간 이상 여유롭게 기차를 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맞바람을 맞으며 속도가 느려지는 바람에 겨우 막차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답니다.
다행히 청소년 국토순례 라이딩 4일 차에는 '바람을 등지고 달리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나중에 기상청 기록을 찾아보니 논산에서 진천까지 달리는 하루 평균 풍속이 km/h였더군요. 다른 요인들도 있었겠지만 하루 종일 바람이 뒤에서 밀어준 덕분에 전날보다 하루 평균 속도가 3km/h 빨라진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등진 날과 바람을 맞선 날의 경험을 비교해보면 '풍력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납니다. 제주도와 강원도에 설치된 느리게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매일 적지 않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격언 중에 '자칠기삼'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과 못 타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자전거 성능이 70%이고, 자전거 타는 기술이 30% 밖에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전거에 입문하고 동호회 같은 곳에서 여러 사람이 어울려 자전거를 타다보면 점점 더 비싼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오랜 기간 장거리 라이딩을 경험해보면, 제아무리 좋은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람과 뙤약볕과 추위를 이길 수 없고, 비와 폭풍이라면 감히 맞설 수도 없습니다.
어찌보면 '자칠기삼'이란 말은 "자연이 70%이고 기술과 체력이 30%'라는 해석으로 바꾸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YMCA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4일차에 경험한 '작은 기적'은 자연이 준 선물이었던 셈입니다. 메이란 속도계 컴퓨터에 기록된 고도 변화를 보면 라이딩 4일 차에도 여전히 크고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렸습니다만, 하루 종일 뒤에서 밀어 준 바람의 지지와 후원 덕분에 115.3km를 잘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공유하기
바람이 만들어준 대기록... 논산-진천 115.3km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