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꽃이다. 고추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참 예쁘다.
전갑남
오월 초순, 나는 고추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분한테서 모종 500여주를 주문하여 심었다.
옮겨 심은 고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크면 곁순을 따준다. 곁순을 질러줘야 곁가지도 많이 나오고 고춧대가 튼실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고춧대가 크게 자라면 말짱을 박아 줄을 띄어 붙잡아준다. 우리 고춧대는 키가 크게 자라 다섯 차례나 쓰러지지 않게 묶어주었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랑에 자라는 풀 때문에 부직포를 깔아 김매는 작업을 줄였다.
다음은 고추 병해충 방제! 진딧물을 비롯하여 응애, 총체벌레 등 각종 해충이 고춧대를 괴롭힌다. 또 탄저병이라는 병과 무서운 역병이 돌면 고추농사는 순식간에 망가지는 수가 있다. 풋고추나 따먹을 요량이면 몰라도 붉은 고추를 수확하여 고춧가루를 내려면 소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으로 고추농사를 짓다가 병해충에 견디지 못해 농사를 그르치는 사람들도 더러 더러 있다. 아무튼 고추농사는 여느 농사에 비해 일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무더위에 고추 따기도 쉽지 않고, 태양에 의존하여 건조하는 것도 만만찮다. 요즘은 건조기에 말리니 그나마 한결 수월해졌다.
고추가 익어가니 가을이 머지않았다
내 고추 따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두 어르신들께서 팔을 걷어붙였다.
"이 정도면 전문가 이상이야!"
"그래요?"
"아마추어 수준을 넘었다니까!"
"몇 년 텃밭을 가꾸다 보니 요령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