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 분수.슬로베니아의 3대강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상징한다.
노시경
로마 나보나 광장의 오벨리스크는 지구의 4대 강을 상징하는 4개의 면으로 되어 있고, 그 아래에 4대강을 상징하는 조각상과 분수가 있다. 반면 이 롭바의 분수는 슬로베니아의 3대 강 즉 사바(Sava) 강, 크르크(Krka) 강, 그리고 류블랴나차 강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이 롭바 분수 위의 오벨리스크를 보면 왠지 두께가 얇아 보인다. 오벨리스크의 면이 4개가 아니고 3개, 즉 기다란 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이 오벨리스크가 로마의 분수보다는 작지만 슬로베니아를 흐르는 강들을 상징하고 있어서 슬로베니아인들의 절절한 국토 사랑이 느껴진다. 강을 떠받치고 있는 거인의 조각들이 슬로베니아의 강물을 항아리에서 흘려 보내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롭바의 분수는 푸른 시계탑이 있는 류블랴나 시청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다. 한 나라 수도의 시청인데, 시청이라고 알려주기 전에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청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원래 재판소로 만든 건물을 시청사로 사용 중인데, 1층을 구경할 수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프레스코 양식의 다양한 문양과 함께 류블랴나 시의 지도가 그려진 시청 내부는 관청답지 않게 분위기가 편안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롭바의 분수에서 류블랴나 성으로 이어진 길을 계속 걸었다. 우리 눈 앞에는 2개의 첨탑이 우러러 보이는 류블랴나 대성당(Ljubljana Cathedral)이 나타났다. 성당 내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목제 파이프 오르간이 인상적이었지만, 이 성당에서 가장 눈이 가는 것은 대성당의 남쪽 청동문에 새겨진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