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시칸 대학교의 누리집 화면 갈무리. 고쿠시칸 대학은 1917년 설립된 일본의 사립대학으로 약 16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國士館大學
극우매체인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3월 30일 칼럼을 통해 문다혜씨가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을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4월 12일 칼럼에서 <산케이신문> 내용을 인용하며 "반일(反日) 대통령'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의 딸이 일본 대학에, 그것도 우익 세력이 설립한 대학에 유학했다면 일본에서도 당연히 화제가 된다"라고 적었다.
고쿠시칸 대학은 1917년에 설립된 일본의 사립대학이다. 창립자는 시바타 토쿠지로 등 겐요샤(현양사: 玄洋社) 소속 사람들이었다. 겐요샤는 일본 메이지 유신 당시 몰락한 무사들의 결사단체로,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아시아주의'를 표방했다. 대한제국 시절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 등도 겐요샤 소속으로 알려졌으며, 소속 인원 중 몇 명은 을미사변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해당 단체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체했다.
다혜씨가 일본 유학을 다녀왔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응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고쿠시칸 대학에 유학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다혜씨를 친일로 모는 건 논리적으로 너무 심한 비약이다. 당장 일본 유학생은 모두 친일이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인 유학생 수는 1만7012명에 달한다.
민경욱 의원 주장대로라면 설립자나 총장이 친일 행적을 보인 대학교 출신은 모두 친일파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서울대학교는 조선총독부에서 만들었는데, 그건 뭐냐?"라고 되물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은 일제시대 경성제국대학이다. 또한 민경욱 의원이 나온 연세대학교의 초대 총장 용재 백낙준은 대표적인 친일파다. 민 의원의 논리에 따르면, 민경욱 의원 자신도, 서울대 법대 졸업생인 자당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도 모두 친일파가 된다.
[고쿠시칸 대학은 어떤 곳?] 설립자 우익이었지만, 현재는 '친한파 양성' 대학
특히 현재의 고쿠시칸 대학은 설립 당시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고쿠시칸 대학은 한국을 포함해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문씨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21세기아시아학부 학생들은 매년 한국어 연수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연수기간 동안 독립기념관‧서대문형무소 등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역사 현장을 필수적으로 견학한다. 보도마다 다소 편차가 있지만, <중앙일보>의 지난 3월 기사에 따르면 총 2000여 명의 고쿠시칸 대학 학생들이 한국을 거쳐갔다.
이런 배경에는 신경호 고쿠시칸 대학 21세기아시아학부 정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2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학생들은 근현대사에서 자신들이 아시아 주변국들에 저지른 잘못을 배울 기회가 없다"라며 "한국에 왔을 때 그처럼 암울한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고 새로운 양국관계를 개척할 의지를 갖추게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친한파 양성'에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글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상을 받기도 했다. 민경욱 의원 등의 논리에 따르면, 일본 극우단체가 설립한 대학교의 정교수에게 대통령이 상까지 내린 격이다. 민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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