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스트릿 데이' 모습.
클레어함
[기사 수정 : 5일 오전 11시 43분]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시발점으로 간주되는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퀴어축제가 세계 대도시에서 큰 규모로 열렸다. 뉴욕에서는 최대 500만 명의 관중이 퍼레이드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독일에선 약 100만 명이 집회와 퍼레이드에 참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
'크리스토퍼 스트릿 데이'(Christopher Street Day), 일명 'CSD'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연례행사는 1969년 6월 28일 폭동이 처음 일어났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의 거리명을 딴 것이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의 크로스 드레싱이 불법이었던 당시, 미국 경찰은 - 고정관념에 비춰 -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이들을 붙잡아 화장실에서 강제로 하반신 신체검사를 하고 체포하곤 했다. 사건 당시 불심검문을 당해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던 한 레즈비언이 "구경만 할 거냐"고 절규한 것이 기폭제가 됐고, 이에 호응한 이들이 경찰을 향해 동전 및 맥주캔을 던지며 폭동이 시작되었다.
경찰의 추가병력이 도착했을 무렵, 이 술집을 둘러싸고 있던 군중 중 한 시민이 침묵을 깨며 "동성애자의 인권을 달라"라고 외쳤고 "우리는 극복 하리라"라는 노래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간 차별 속에 억눌려 왔던 동성애자의 울분이 이를 계기로 분출됐고, 일주일가량 그리니치빌리지는 동성애자들의 '해방구'가 됐다. 이후 항거를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열리면서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베를린 물들인 무지개 "우리는 차별에 저항해야 한다"
27일 오전, 약 100개의 퍼레이드 차량 행렬이 베를린 시내 쿠담에서 퀴어축제의 공식 기념행사가 열리는 브란덴버그 문의 무대를 향해 출발했다. 수십 만의 시민들이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다수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올해 베를린 CSD의 공식 모토인 "50년의 스톤월 - 모든 항쟁은 당신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혐오는 춤을 출 수 없다" "우리는 춤을 추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등 다양한 슬로건으로 차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특히 다수의 개신교 교회도 "사랑은 영혼에 좋은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행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브란덴버그 문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도 "우리의 보샤프트(Botschaft: 독어로 '대사관'과 '메세지'라는 중의적 단어)는 사랑이다"라는 무지갯빛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