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의 기관지 <일본의 숨결> 2013년 12월호(출처: <しんぶん赤旗> ('14.3.14.)
최우현
당연히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아시아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가장 좋은 때'였다고 말하는 건 전쟁을 통한 일제의 범죄행위를 완전 부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태평양 전쟁'은 아시아 해방을 위한 '대동아 전쟁'이었고, 때문에 침략전쟁이 아니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전쟁을 통해 피해를 입은 수천만 명의 아시아인, 피해자를 모독하는 말이다.
참고로 이 기사에 언급된 '대동아 회의'도 전쟁의 수세에 몰린 일제가 친일세력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주최한 고육지책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꼭두각시 인형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을 연합군으로부터 받았을 정도다.
기사의 내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이) 아시아 해방, 유색 인종 해방의 대동아 전쟁을 끝까지 싸워 낸 결과, 전후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속속 독립국이 탄생했습니다. (중략)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하고, 골프의 '타이거 우즈'와 테니스의 '윌리엄스 자매'가 활약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일본의 덕분입니다"
* <일본의 숨결> 2013년 12월호 기사 中, 일본회의 대표위원 '카세 히데아키'의 언급,
* <しんぶん赤旗> ('14.3.14.)에서 참고
일본이 수행한 침략전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해방됐고 이를 통해 유색인종이 자유를 얻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타이거 우즈와 윌리엄스 자매가 활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망상이라 함은 이런 것이 망상 아닐까.
이처럼 일본회의의 '공식' 기관지 <일본의 숨결>은 일본의 침략전쟁 시기를 '가장 좋았던 때'로 찬양하고 동경하는 내용의 기사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인권의식
일본회의는 일본군 위안부가 합법, 자발적이었으며 인권이 억압된 노예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제기하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선전전'이라느니 '역사왜곡, 날조'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회의 설립총회, 기관지, 각종 세미나 등에서도 분명히 언급되고 있다. 일본회의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자신들이 인권 억압 단체라는 것에 민감한 일본회의는 위안부 연행 과정에서도 인권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편다. 즉, '자발적'이었다는 것이다. 아래는 일본회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설의 일부다. '마츠키 쿠니토시'라는 일본회의 도쿄본부 간부가 작성했다.
" '납치(위안부 강제연행)'를 저지하기 위한 폭동 등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노예사냥'*이 없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아닐까. ···(중략)··· 위안부는 민간업자에게 이끌려 고수입을 요구하며 전장까지 갔던 여성들이다."
* <일본의 숨결> 2011년 12월호
* 노예사냥이라는 표현은 1982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 '요시다 세이지'씨의 발언 등에서 유래
영화 <주전장>에서도 나오는 설명이지만, '인권이 억압되는 상황'이란 무력의 사용 여부에 관계 없이 그 '상태'가 억압적인지에 초점을 둔다. 즉, 족쇄를 팔다리에 차고 있어야만 노예가 아니라, 족쇄를 차지 않았더라도 모든 것이 억압된 상태에 놓인 경우를 노예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인권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폭동이 없었으니 강제성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근거로 삼지 않을 것이다. '폭동이나 유혈사태가 없었으니 자발적이라'는 논리는 조선인들이 일제에 억눌려 있는 '식민지적 인권상황'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글은 무력적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증거 또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바닥을 치는 일본회의의 인권의식을 보여준 사례는 또 있다. 2015년 10월 일본회의는 '야마기와 스미오'라는 인물의 강연회를 주최한다. 야마기와 스미오라는 인물은 대단히 우익적이고 혐한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인물이 쓴 책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일본회의는 이 책과 관련한 야마기와 스미오의 강연회를 주최하면서, 포스터에 아래와 같은 설명을 그대로 실었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여기 있다. 위안부는 합법적인 전지(전쟁터)의 매춘부였다"
일본회의의 자체적인 코멘트인지, 출판사의 책 설명을 그대로 인용한 건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을 거르지 않았다는 자체로도 충분히 문제될 만하다. 인권을 아는 단체가 이렇게 입에도 담기 힘든 비하 표현을 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