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왼쪽),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오른쪽)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청년유니온
- 사회적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청년, 여성의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문유진)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보면 20대인 내 다음의 연령대가 50대다. 30대, 40대 위원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내가 그 세대까지 대변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 청년세대 내에서도 이질성이 크기 때문에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사회적대화기구에 속한 50대 위원들은 청년 시절부터 많은 경력을 쌓아서 들어간 것인데, 청년세대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청년이 하는 말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말도 다른 무게를 지닌다. 다른 사회적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청년과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한계는 향후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최근 정부는 위촉직에서만 여성의 비율을 일부 고려하고 있는데, 정부위원(당연직)에서는 고려되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아진다. 그리고 사회적대화의 주체로서 여성과 청년을 인정한다기보다는 젊은 여성 청년을 '껴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공식석상에서 현 시대의 감수성과 맞지 않는 발언이 나올 경우 시정이나 정정을 요구하면 '쟤 또 저러네'식의 반응이 나올 뿐이다. 연금개혁 논의에서도 정부는 청년이 다음 세대로서, 앞으로 연금정책을 이끌어갈 주체로서 중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앞으로 권한이 있는 자리에 더 많은 여성과 청년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병철) "연금특위가 출범할 당시 정부의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가 발표되고 한참 논란이 뜨거울 때였다. 논쟁이 워낙 첨예한지라 위원으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자부심도 컸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청년유니온이 그간 활동을 통해 청년세대 노동의 대표성을 받아 왔기에, 청년의 입장에서 국민연금 논쟁에 가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컸다. 여전히 다른 이해집단 구성원들과 연금개혁 논의를 해나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나를 비롯해 더 많은 청년당사자들이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목소리를 펼쳐내는 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연금을 주제로 사회적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환기적 변화를 맞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대화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문유진) "우리가 시도하는 사회적대화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경사노위에 구성된 사회적대화기구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그동안 정책결정의 파트너로 인식되지 못한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김병철) "문재인정부가 집권초기부터 내걸었던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사회적대화를 주요 수단으로 내세웠다. 이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국가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대기업, 재벌 측에만 무게중심을 싣는 것이 아닌 배제되어 왔던 노동의 목소리를 정부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동 내에서도 노동조합을 가지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취약상태 놓여있는 청년, 여성, 비정규 계층의 대표성을 중요하게 인식하여 본위원회 위원 3명의 자리를 법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사용자 측 역시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대변되는 방식으로 위원이 늘어났다. 사회적대화 내실화의 핵심은 이해대변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변화이다. 그러나 형식적 변화를 넘어 실현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여전히 기존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했던 거대 노사단체 중심으로 사회적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사회적대화기구의 위상을 제대로 존중하기보다도 정부의 정책추진 하위 파트너 수준으로만 인정하고 있어 지금과 같이 경사노위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해대변의 다양화가 위원 혹은 위원회를 늘리는 것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 목소리 권력을 실질적으로 분배함으로서 모두가 사회적대화에 효능감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권력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앞서 말한 틀을 바탕으로 2018년 10월부터 진행된 '1기' 연금특위 논의를 평가한다면?
(문유진) "2015년 국회에서 구성되었던 기구보다는 연금특위가 여성 위원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논의에 임하는 태도나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 등에 있어서 가시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대표성을 갖고 참여하는 연금특위 위원들이 보다 타당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기 집단의 생각을 대변하고 토론하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 이전보다 나아진 분위기를 토대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철) "사실 아쉬운 부분이 크다.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는 절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각 구성원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인구구조 및 노동시장 변화, 미래의 예측 등 수많은 조건 값들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경사노위 연금개혁 특위는 고작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연장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최장 9개월이었다. 특히나 사회적대화가 미성숙한 나라에서 9개월 내에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빠른 합의를 위한 회의로 펼쳐질 수밖에 없었으니 역설적으로 거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렇다면 '2기' 연금특위 출범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문유진) "연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인데, 사회적대화기구가 그 정치적 결정을 어느 정도로 분담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정치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사회적대화로만 연금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1기 연금특위에서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으니, 2기에서 협상과 타협을 할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이사장만 보더라도 내년 총선을 인식한 정치적인 발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책적 옳음만으로 주장을 고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시민사회 내에서도 여론을 반영한 정책적 타협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병철) "기존의 연금특위 구조에서 다를 바 없다면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빠른 합의에 목매는 논의구조를 탈피하고 주어진 조건 값들을 두고 장시간의 대화를 위한 체계적 논의의 계획을 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한을 설정해둔 위원회 구조가 아닌,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각 구성원들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조로 변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과 관련된 모든 의제들을 특위 안건으로 상정을 해버리면 너무 방대해져 생산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는 노동자성을 대단히 협소하게 해석하여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리며 더욱 늘어가고 있는데, 이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 측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며 사회보장을 책임지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 이는 노동조합 설립 및 교섭 확대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노사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쉽게 합의가 도출되기도 어렵다. 그런데 연금특위에서 소득대체율, 기초연금과 더불어 특수고용노동자 안건까지 다룬다는 건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연금특위를 통해 핵심적으로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부터 철저히 준비해야만 한다."
- 국민연금제도에 있어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세대 내의 불평등과 세대 간의 불평등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문유진) "정책 안에서 비춰지는 갈등의 요소들을 우리의 언어를 통해 말했을 때 '연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다수의 청년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어 '공적연금'이라고 하면 국민연금을 떠올린다. 어떤 청년들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게 너무 아깝기도 하고, 미래에 내가 낸 돈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것 같다. 이러한 가운데 언론 등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차후에 부과식 연금제도로 전환되면 후세대를 갈취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특정 세대가 누군가를 등쳐먹는 사람이 되거나 혹은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집단으로 일컬어지는 순간, 대치되는 대상이 생기는 것 같다.
정책적 관점에서의 청년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와 이미 노년시기가 도래한 사람들 간의 차이가 없지 않겠지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조금만 계산해보면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수단은 공적연금밖에 없고, 사적연금은 결코 공적연금을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가가 누군가를 등쳐먹는다'라는 식의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복지국가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청년으로서도, 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도, 공적연금을 해체하기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청년세대, 미래세대를 포함해 누구나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사회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병철) "현 청년세대는 어떠한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에 불안정 노동자의 입장으로서는 고용 및 소득의 불안정성에 시달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주체이기도, 전체 인구구조 하에서는 기금의 고갈시점 이전에 노인시기를 맞이하는 현세대 주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 청년세대에겐 국민연금 개혁의 논의가 상당히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부터, 기성세대의 책임회피로부터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 청년세대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전체 연금구조를 두고 어떠한 입장과 목소리를 외쳐나갈 것인가가 너무나도 중요한 화두이다. 80년대 한국의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대였지만 2019년 현재 약 15%로, 40년간 4배가량 뛰었다. 향후 고령화 속도도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 예측된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저부담·고혜택의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금을 받아야할 노인인구보다, 노동시장 내에서 소득을 벌어 보험료를 내야할 노동자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야하기 때문이다. 현 국민연금 제도 하에서 227만원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시 수익비가 2.6배로 계산된다. 보험료를 100원 내고, 260원을 연금으로 타는 구조 하에 160원을 후세대에 의존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국민연금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탓에, 혹은 알면서도 마냥 방치한 탓에 책임의 전가가 아래세대로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기금고갈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아니며, 당해 필요한 연금지출액은 국가의 일반회계 투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국가지급명문화의 본질이며, 타 서구 국가들에서도 재정의 추가 투입이 이뤄지고 있음을 근거로 삼는다. 우리는 국가재정을 사회보험 기금에 투입하는 것을 마냥 반대하는 것 또한 아니다. 중요한 건 후세대에게 급격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기금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현세대의 책임도 반드시 함께 따라와야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의 불평등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유진) "모든 세대에게 평등한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가 되면 좋겠지만, 사회가 계속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제도도, 그에 따른 혜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세대 간 불평등 프레임으로 현존하는 사회보장제도들을 바라보면, 어떤 것도 평등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유독 국민연금을 두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은 제도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노후라는 공동의 위험을 함께 대처하기 위한 공적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많았던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로 인해 다수에 의한 비용 부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제도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령화과 극심한 노인 빈곤의 상황 속에서 기성세대든 지금의 청년세대든 모두에게 존엄한 노후 보장을 위해 제도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앞으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핵심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현세대가 후세대를 갈취할 수 있으니 보험료를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식으로만 논의되었을 뿐, 어떻게 하면 후세대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잘 부담하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적 투자에 대해서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해오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낮추고, 보험료율을 아무리 올린다고 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가 바로서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을 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현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의 위험에 대응하고, 또 현 세대와 미래세대는 이를 통해 삶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세대 간 연대이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