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제소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진 의원 신상발언지난 6월 12일 영등포구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윤리위에 제소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진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의회
첫째, 자정기능을 상실한 영등포구의회 그 자체다.
본래 구의회의 기능은 구청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되레 의회구성원들이 수 년간 영등포구청과 호흡을 맞춰오거나 비위 사실을 눈감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니 감시와 견제는커녕 외부 감사와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요한 지경이다.
또한 구의회 스스로 윤리특별위원회조차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리혐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영등포구의회에서는 윤리특위를 구성하고 해당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해당 안건을 다루는 도중 일부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아 산회시켜 무산시키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약 2개월 후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윤리특위가 구성됐으나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여 이 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국회 뺨치는 영등포구의회 윤리특위 논란'이라는 기사가 보도됐겠는가.
둘째, 보수양당 수십 년 기득권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다.
영등포를 불명예로 만드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친인척 비리의혹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이었다. 지금 영등포구의회에는 '민주당이 아니라 민갑당, 민을당이다'는 신조어가 돌아다니고 있다.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영등포구의원 17명 중 정의당 구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한 것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고 지역에서 수십 년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해오던 것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보수양당 기득권 정치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상식적인 의회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셋째, 영등포구청의 응당한 후속 조치의 부재다.
전임 구청장과 관련된 의혹이지만 명백히 영등포구청이 발주한 계약에서 특정 인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비리의혹이 제기된 만큼 응당 현 구청장은 지난 과거의 모습과는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관련 내용을 철저히 감사하고 문제가 확인됐을 경우 응당한 책임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사안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영등포구가 조사를 하고 있거나 감사를 했다는 소식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비리 의혹 당사자가 구의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현 구청장의 면전에서 자신을 감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사자의 요구도 있는 만큼 채현일 구청장은 청렴한 영등포구를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관련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해당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넷째, 수사기관의 응당한 인지수사의 부재다.
구체적 사안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시작돼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소식도 없다. 비리의혹이 세상에 드러나도 결국 정식으로 다루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이와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위법한 사실이 있다면 법적책임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만 비리사건은 결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다섯째, 너무나 아쉬운 시민들의 관심과 지역 언론의 역할이다.
영등포구민들 중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나 지자체는 정부중앙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서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에 비해 언론의 관심을 좀처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리정치는 시민들의 무관심이라는 토양에서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언론은 중앙언론이 다루지 않는 지역의 사안을 심도 있게 취재하고 사안과 내용을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해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지역언론의 감시기능이 강화될수록 지역의 비리정치는 점차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