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권우성
'다른' 목소리를 견디지 못한 '높으신 분'들은 권한을 칼처럼 휘둘렀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재판에서 김민수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를 증인신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제2심의관·기획제1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의 실행자로 움직였다. 그는 특히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에 깊숙이 관여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1년 8월 설립 후 빠르게 회원 수가 늘어나 4년 만에 그 수가 400명을 넘었다(법원행정처 2015년 8월 19일 자 보고서 기준). 양승태 대법원은 젊은 판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라며 이 연구회를 '문제'라고 판단, 개선과 대응방안을 고민했다. 그 중 하나가 법관의 연구모임 중복가입 해소였다. 예규상 중복가입은 금지였지만 사실상 죽은 조항이었다.
다르면, 반대하면 '문제'다?
김 부장판사의 법정 진술을 종합하면, 2016년 3월 그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동료 심의관들과 법원 내 연구모임 중복가입자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박상언 기획조정심의관(현 창원지법 부장판사)이 기획조정실 심의관 전원에게 '차장님이 대법원장님(양승태)과 처장(고영한)께 보고드렸다'고 말한 사안이었다. 두 달 뒤 박 심의관은 동료들에게 '차장님 지시'라며 법원 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연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젊은 판사 사이에서 관심을 집중 받는 편이라 다른 연구회도 개발해보자는 취지로 얘기가 나왔다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종헌 전 차장이 보기에는 (이 연구회가) 현재 대법원이 추진하는 정책을 너무 반대하는 것 아닌가 또 전문분야 연구회들이 고르게 성장하기보다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과잉성장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행'은 지지부진했지만, 법원행정처는 계속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주시하고 있었다. 김 부장판사 등 실무자들은 윗선 지시에 따라 수시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전문분야연구회 구조 개편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방안> 등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2017년에는 결국 중복가입 해소방안이 실행됐다(관련 기사 :
'사법 독립' 스스로 흔든 대법원... 내부 반발 이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