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관 뒤 6개월 동안 관람객이 하루 평균 174명에 그쳤다는 새마을 테마공원의 주 전시관. 879억 원짜리 시설이다.
장호철
구미시 상모동의 이른바 '박정희 타운'에 있는 새마을 테마공원(아래 테마공원)에 들른 것은 지난 6월 중순이 지나서였다. "879억 원짜리 경북 구미 새마을공원, 하루 평균 관람객 '174명'"이라는 기사를 읽은 것은 그보다 열흘 전이었다.
저간의 사정이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이는 전임 시장이 벌인 박정희 기념사업을 빼도 박도 못 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한 결과다. 건물을 기막히게 세웠는데 정작 거기 채울 내용은 없고, 그냥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만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부담을 미루다가 간신히 봉합해 문을 열었는데 결과가 그렇다는 거다.
하루 평균 관람객 174명에 불과한 현실
테마공원으로 들어가는 차량 진입로의 차단기는 열려 있었으나 내가 머문 시간 동안 드나드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거대한 주 전시관 건물 현관으로 뻗은 진입로 양옆에 세운 파란색 바람개비만이 가끔 이는 바람에 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생가 주변의 주차장 쪽은 한결 나았지만, 평일이라서 그런가 외지에서 온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을 싣고 온 노란 승합차 몇 대만이 보일 뿐이었다. 박정희 동상 옆에 세우고 있는 역사자료관 건물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전후해 경상북도와 구미시에서 벌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박정희 기념사업'은 예산만 1000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이었다. 879억 원짜리 테마공원에 이어 전직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할 195억 원짜리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설은 박정희 마케팅의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행복과 민생을 위한 투자를 외면한 채 '죽은 자를 제사 지내기 위해'(구미참여연대) 1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부음으로써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연구의 중심도시' '새마을 종주(宗主) 도시'를 표방하려 했다.
이 박정희 기념사업을 비정상적으로 키운 인물 중엔 3선 연임 뒤에 물러난, 전임 남유진 시장이 있다.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는 여기 힘을 보탠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남 시장에 앞서 3선 연임한 전임 구미시장이었다. 이명박(2008~2012)·박근혜 전 대통령(2013~2017) 재임 시기에 각각 구미시장과 경북도지사로 재직한 이들은 박정희 기념사업의 주요한 결정 당사자였다. 그리고 이 기념사업에 대한 적지 않은 국비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이명박·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테마공원 공사가 완료된 것은 2017년 말이다. 그러나 테마공원이 문을 연 것은 1년이 지난 2018년 11월이었다. 25만여 ㎡의 터에 지상 3층·지하 1층으로 전시관, 전시관 부속동, 글로벌관, 연수관 등 건물 네 동과 야외 새마을 테마촌을 지었으나, 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탓이었다.
뒷설거지는 후임에게
불행하게도 전임 대통령 두 사람은 지금 기소 중이고 두 명의 전임 구미시장도 각각 현직에서 물러났다. 형식상 이들은 이 사업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뒷설거지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승리해 취임한 신임 장세용 구미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고스란히 맡게 됐다.
구미 시민들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만년 보수시장 대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선거 기간 장세용 후보는 '유물전시관 취소를 검토하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경북 민족 독립운동기념관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밝혀 전향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만 해도 최소한 전임시장이 벌여놓은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한 듯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에도 이 문제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지역 보수 진영의 반대가 완강했고, 무엇보다도 이미 결정된 사업을 구미시에서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
구미는 민주당 시장 택했는데… '박정희 우상화 사업' 중단 안 하나).
테마공원의 운영비 부담을 두고 구미시와 다투던 경상북도는 일단 약 연 3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운영비를 2년 동안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 이후부터는 도가 운영비를 대기로 하고, 어정쩡하게 공원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반년이 흘렀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그 반년 동안 무인 계수기로 계측한 테마공원 관람객은 하루 평균 174명(181일 동안 3만1500명)에 그쳤다고 한다.
그마저도 감소세라고 하는 이유는 뻔해 보인다. 7월 중순에 다시 테마공원에 들렀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관람객이라곤 견학 온 어린이집 아이들뿐이었다. 용역회사 직원이 지키고 있는 1층 로비는 번쩍번쩍 빛나는 대리석으로 호화로웠으나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도와 시는 각각 25억 원을 출연해 콘텐츠를 보강하겠다고 나섰지만, 별로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5500만 원을 들여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고, 기본계획수립용역을 거쳐 콘텐츠 보강 공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점은 콘텐츠에 있지 않다.
거의 반세기 이전의 정부 주도 지역사회 개발 운동(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소환한다고 해도, 이미 시대도 사람도 달라진 오늘 그 현재적 의미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새마을'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공원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보면 안다, 사람들이 안가는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