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트할 외관
황인규
2014년 완공된 마르크트할은 세계적인 건축회사 MVRDV의 작품이다. 1993년 로테르담에서 설립된 건축 및 디자인 회사 MVRDV는 수명이 다하거나 변화하고 있는 도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혁신적 디자인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미래 도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MVRDV는 '서울로 7071'과 '광교 도심 공원' 프로젝트 설계자로 우리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MVRDV이 설계한 생소하고 미래지향적인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마르크트할은 높이 40m, 길이 165m의 거대한 터널 구조물 안에 96개의 상점과 공동주택 288채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이례적인 주상복합 건축물이 되었다. 우리나라 주상복합 건물을 떠올려보라. 재래시장과의 결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아파트 안쪽에서는 재래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고. 바깥쪽에서는 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 저층부는 가게뿐만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재래시장과 쇼핑몰이 결합하여 각자의 장점만 취한 형태이다. 건물 밖으론 공원과 같은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어 그 자체로 자족적인 건물이랄 수가 있다.
마르크트할의 백미는 벽과 천장이다.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어디서부터 벽이고 천장인지 구별이 가지 않지만 덕분에 시선은 굴절 없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특수 코팅 처리한 알루미늄 패널 4000개로 구성된 벽천장은 화가 아르노 쿠넌Arno Coenen과 이리스 로스캄Iris Roskam이 공동으로 그렸다.
그림은 네덜란드 황금기 시절의 회화 스타일인 정물화를 구도를 배제하고 오브제에 집중하는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마르크트할의 천장 그림은 세계 최대의 천장 그림으로 유명해져 이미 '로테르담의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le of Rotterm'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입구에 서니 마치 커다란 화폭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건축보다는 눈앞의 상점에 시선이 간다. 일층은 먹거리 가게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 음식전시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나라별 음식점들이 연이어 있다. 딱히 전통음식이란 게 없다 할 정도로 내세울 게 없는 네덜란드 음식문화 탓인지, 현지 스타일 음식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많은 건 터키 음식점이고,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아랍, 인도 음식이 눈에 띈다(아쉽게도 한식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차린 음식점이 아니라 실제 영업을 하는 가게다. 그러니 현실의 수요에 따른다고 봐야 한다.
로테르담에 왜 이렇게 타국 음식점이 많나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로테르담의 인구 구성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이민자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그중에서도 로테르담이 가장 높다. 정작 네덜란드인은 반 정도(49.7%)이고 나머지 반은 이민자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