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밭이 한국의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알바니아의 시골 풍광.
류태규 제공
시장에선 "이것 한 번 맛보라"며 낯선 여행자에게 큼직한 자두를 건네는 상인이 적지 않았고, 시골 마을 노인들은 자기 동네를 찾은 이들에게 달콤한 홍차 한잔을 내미는 것으로 여독(旅毒)을 달래주기도 했다.
목가적인 풍경과 따스했던 사람들. 그것들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게 또 있다. 바로 알바니아에서 만난 연인들.
모두가 알다시피 이슬람 국가에선 결혼하지 않은 남녀 사이의 연애를 어떤 형태로든 통제한다. 그 통제가 때로는 '명예 살인' 같은 흉악한 양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자유연애'가 일상화된 국가에서 보기엔 끔찍한 일이다.
중동이나 아랍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알바니아 역시 이슬람 생활양식이 보편화된 곳이니 미혼남녀의 연애가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을 터. 특히 종교와 인종이 다른 상대와의 사랑은 쉬운 일이 아닌 듯했다. 그러나, 세상 어떤 규제와 제약이 심장으로 향하는 피가 펄펄 끓는 청춘들의 연애감정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겠는가.
당연지사 알바니아 처녀, 총각도 사랑을 한다. 기자가 직접 봤기에 단언할 수 있다.
베라트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사흘을 머문 그곳에서 독일 사내와 알바니아 여자의 애틋한 연애를 지켜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종과 종교가 모두 달랐다. 이슬람교와 기독교. 하지만 그 연인은 이미 세상이 강제한 금기를 훌쩍 뛰어넘은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