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전의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얼룩져 있었고,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의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정부이다. 그러므로 어느 때보다도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이 중요한 정책목표라고 생각된다. 지난 2년여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와 재판은 상당히 진행되어 이전 정부의 주요인사들이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은 아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국정농단은 부정부패와 관련이 깊다. 최순실 등이 불법적으로 정책 결정에 개입하였고, 이를 통해 사적인 부와 이익을 취하였다. 정책 결정의 농단임과 동시에 공적인 영역의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부패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성찰과 제도개혁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와 재판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제도개혁은 꽉 막혀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과 부정부패에 대한 근본적, 제도적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개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경찰을 중심으로 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를 살펴본다.
사정기관 개혁, 어디까지 와 있나
검찰, 경찰과 같은 사정기관은 그 권한이 인권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권한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법률의 개정이 요구된다. 국회가 입법을 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사정기관의 개혁은 불가능한데, 현재 국회의 구성과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률의 제·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도 이러한 난관에 봉착하여 국회의 적극적 활동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
실제로 법률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검찰개혁 중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상당히 진척되었다. 문제는 법률제개정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아래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과제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하여 57.3%의 국민은 찬성하는 입장이고, 반대는 30.9%로 2배 가량의 국민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있다.❶
이처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검찰·경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열망이 큰데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과 검찰의 반대로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여당은 지난 4월 29일 일부 야당과 합의하여 관련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였다. 이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비롯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공직선거법 등은 최장 330일 후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법안의 내용이나 문구는 수정할 수 있으므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개혁 등의 관련 법률안을 처리할 국회 사개특위는 일부 야당의 반대와 불참으로 인하여 여전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국정농단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정기관의 개혁방향에 대한 소견을 밝혀보고자 한다.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 액튼 경(Lord Acton)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여러 비리와 부패에 연루되고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유착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권력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자의 선의나 근사한 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권력 자체를 분리하고 상호견제 하도록 국민 감시 하에 두어야 한다.
먼저,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하고 경찰에게 이양하여야 한다. 검경 수사권조정은 이미 수십 년 된 과제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은 검경 수사권조정의 당위성을 확인한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하고 결정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민주주의가 취약할 때 검찰권한이 막강했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축소되었다. 식민지 당시 막강했던 일본 검찰과 경찰의 권한, 군부독재 및 권위주의 시절의 검찰의 권한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진단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권위적 정치권력은 사정기관 위에 군림하면서 사정기관을 통하여 국민과 경제권력을 통제하려고 한다. 경제권력, 자본권력은 부패, 뇌물을 고리로 하여 정치권력과 유착되고, 정치권력을 통하여 법 위에서 정치권력과 함께 군림하고자 한다. 이러한 행태가 국정농단, 부정부패, 각종 인허가비리, 재벌의 갑질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자이면서 동시에 피통치자이므로, 권력의 독점보다는 권력의 분립과 분산,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권력기관을 통제하는 정부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수사는 경찰, 특히 행정경찰이나 정보경찰과 분리된 수사경찰이 담당하고, 검사는 이러한 수사가 적법한지 감시하고, 수사결과를 반영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즉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이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