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희훈
이즈음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특검수사팀은 드루킹 측이 노회찬 측에 5천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7월 18일 드루킹으로부터 노회찬에게 4,600만 원을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언론에 흘렸다.
특검팀은 노회찬이 2014년 떡값검사 실명공개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고 실업 상태에서 강의료로 연명할 적에 경공모(경제적 공진회 모임) 측으로부터 강의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7월 20일 법원은 노회찬에게 정치자금 5천만 원을 불법 기부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의 핵심 측근 도 모 변호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구정치세력과 족벌언론은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자신들의 치부를 송곳처럼 찌르던 그에게 보복의 칼날을 휘둘렀다.
황소를 훔쳐먹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자들이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에는 모질게 험담하고, 견디기 어려운 인격살인의 모욕을 주었다. 9년 전 노무현 전대통령에 가했던 수법 그대로였다.
한국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진보진영에는 청교도적인 도덕성이 요구되고, 수구진영은 수십 억, 수백 억의 국고나 공금을 훔쳐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하여 진보진영은 '양심세력'으로 등치되기 때문에 그만큼 공사생활이 깨끗해야 하고, 청렴결백해야 한다.
양심세력의 대표주자 격인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이해되기 어렵다. 이제까지의 신조와 행동거지에 반(反)하기 때문이다. 앎과 삶을 일치시켰던 그로서는 크게 일탈된 일이었다. 위선ㆍ가식ㆍ속임수ㆍ이중성을 철저히 배척했던 '도덕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는 세종 때의 사헌부 대사헌 신개(申槪)가 '생대구 두 마리'를 뇌물로 받은 고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썼다.
"노회찬 의원! 그 생대구 두 마리조차 받지 않으셔야 했습니다.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모르셨단 말입니까. 생대구 두 마리가 아니라, 고래 같은 뇌물과 국고를 삼키고도 뻔뻔스럽게 부인하는 자들이 아닙니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당신의 걸걸한 목소리가 몹시도 그립습니다."(주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