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부채길 초입의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트래킹을 시작한다.
이현숙
강릉에 도착하면 먼저 얼른 달려가 푸른 동해를 보고 싶어진다.
정동진 바다부채 길은 심곡에서 정동진까지 해변을 따라 왕복 5.7㎞의 데크로 이어진 부담 없는 거리다. 반대편에서 출발해도 된다.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여행은 이어진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2300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해안단구다. 48년 동안 군사시설로 비공개돼다가 2017년 6월에 개방됐다.
이 길은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아서 바다부채길로 불린다는 말이 있다. 바다부채길 걷기는 심곡이 시작점이다. 출발 지점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바닷가 마을이 보인다. 해안가를 따라 긴 데크로드가 끝없이 이어지는 코스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이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기 시작하면, 흐린 하늘이 내려앉은 먼 바다의 수평선이 여행자에게 행복한 설렘을 준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동해를 향해 펼쳐진 바위들이 하나 둘 눈 앞에 나타난다. 이어지는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와 청정한 바다, 높은 하늘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걸으면서 간간히 들리는 파도소리가 세상의 소음을 잊게 한다.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다는 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만큼 깨끗하다.
그 길은 걷다보면 친절한 읽을거리들이 심심찮게 준비돼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바닷가에 나가보라는 말을 듣고 나가봤더니 여서낭 세 분이 그려진 그림이 떠내려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낭당을 짓고 모시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림의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부채바위의 전설을 읽으며 지나다 보면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어서 잠깐씩 먼 바다를 보며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