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듣는 고려인 독립운동 역사콘서트사진은 왼쪽부터 신채호기념사업회 이건홍 공동대표, 허위 의병장 증손녀인 기 소피아씨, (사)너머 김영숙 사무처장, 기 소피아씨의 통역 담당
김영의
"3.1 독립항쟁은 세계 역사에 남을 역사적인 일입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어요. 해방 그날까지 목숨을 걸고 싸운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런데 3.1 독립항쟁 100주년 행사에 조형물 하나 없이 끝내는 것이 아쉽습니다."
지난 11일 안산 상록구 일동 협동조합카페 마실에서는 (사)너머와 (사)울타리너머 주관으로 '고려인독립운동 마실 역사콘서트'가 개최됐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이 날 역사콘서트는 9시를 훌쩍 넘겨 끝날만큼 참가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건홍 신채호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3.1 독립항쟁, 임시정부수립, 신흥무관학교 설립, 역사에 길이 남을 청산리전투와 봉오동 전투 등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해방을 위해 재산과 목숨을 내놓은 러시아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군들의 역사를 들려주며 독립 후에도 버려지고 잊힌 고려인 독립군과 그 후손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독립유공자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위 의병장 증손녀인 기 소피아씨는 두 번째 강연자로 주민들과 만났다. 기 소피아 씨는 옛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에서 1호 사형을 당한, 의병장으로서 명망이 높았던 허위 의병장의 독립활동을 소개한 후 자신을 비롯한 후손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만주에서 독립 투쟁을 하다가 연해주로 옮겨간 허위의 가족들은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때 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옮겨져서 그곳에서 살았다. 기 소피아는 "우리 가족들은 만주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주한 후 생활이 좋았지만 강제이주 후에는 5살 때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했다"라며 "아버지는 조상에 대해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아 독립운동 하셨는지 전혀 모르다 한국에 와서 삼촌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됐다"라고 했다.
2011년 한국에 와 불법체류자로 살기도 했던 기 소피아 씨는 2015년 귀화한 삼촌을 통해 허위 의병장에 대해 듣게 됐고 2018년 아이들과 함께 귀화했다. 남편만 귀화하지 못한 상태다.
기 소피아 씨는 "한국생활을 열심히 해 자랑스러운 국민이 되겠다"라며 "세상 사람들이 고조부 허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신기했다. 또 고려인 강제이주와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줘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