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 전 국방부차관
권우성
- 일각에서는 남북군사합의를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남북 군사당국이 협의를 진행했던 의제들은 그 이전부터 국방부의 군비통제정책서와 군비통제기본계획 등 오랜 준비과정에서 이미 검토되었던 사안들이었다. 사실 남북 관계를 오래 지켜 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관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희망 섞인 관측이나 희망 섞인 예상을 하다가 막상 북한이 그렇게 안 하니까 오래 할수록 점점 보수적이 되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의 고민도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양 정상 간의 '통 큰 합의'를 과연 북한 군부와 구체적 합의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집중되었다. 물론 지난 2007년 말 이후 11년 만에 열렸던 제8차 장성급군사회담(2018.6.14) 석상에서는 다소 서먹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제9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2018.7.31), 제40차 남북군사실무회담(2018. 9. 13~14)을 개최하고 수시로 문서교환을 진행하면서 남북이 최종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여러 협의 의제에 대해 협상팀이 입장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성 검토, NSC 토의 등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북한도 의제 협의에 적극적 입장이었고, 특히 최종적으로 군사실무회담 개최를 통해 전례 없는 포괄적 합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북한 최고위 정책당국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부 언론은 군사합의 직후 주한미군이 합의 내용에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북측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도 충분히 소통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유엔사에 설명과 협의를 아주 적극적으로 했다. 군사합의 내용 중 비무장화하기로 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시범철거에 합의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는 유엔사령부 관할지역이다. 북측과 협의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을 모두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겸직)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은 당연히 이런 내용들을 모두 소상히 알고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과 획기적인 합의를 했는데, 군사합의 직후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 '연합방위체제가 깨진다'는 오해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브룩스 사령관은 9.19군사합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현재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똑같이 '9.19군사합의를 적극 지지하고 이행에 협조 한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내놓았다. 실제로 여태까지 진행된 것을 봐도 군사합의 때문에 한미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일각에서는 남북군사합의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무력화되고, 서북5도가 고립되었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공중 전력의 감시정찰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이 합의를 지키는 척하다 도발하면 우리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인데, 이런 주장에 대한 견해는?
"역시 사실이 아니다. 9.19군사합의는 처음으로 접경지역에서의 육해공 적대행위 완전중단이라는 큰 합의와 그 이행에 핵심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전쟁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 적대행위 중단은 대구경 화포 사격과 연대급 이상 군사연습 중지를 의미하며 현존 전력의 주둔은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북한이 합의를 불이행하고 도발을 할 경우 우리의 즉각적 대응능력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는 의미다.
서해 완충구역 설치에도 불구하고 NLL은 여전히 우리 군이 철저히 지키고 있다. 서북 5도민은 고립되기는커녕 전쟁 위험이 사라져 평화로운 가운데 조업하고 있다. 또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우수한 항공 및 우주정찰 능력으로 감시전력 약화도 최소화 되었다."
- 북한의 군사합의 이행 상황을 투명하게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 군사합의 이행에 대해 현지 검증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군비통제는 합의와 합의이행도 중요하지만, 검증이 무척 중요하다. 9.19군사합의는 포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합의했지만, 검증과 관련해선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GP 시범 철수 당시 양측의 10개 팀이 DMZ 선상에 개설한 오솔길을 따라 서로 상대방 GP 철거 현장을 방문한 일은 무척 인상 깊었다. 감시 및 정찰 수단을 통한 기술적 검증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관련 협의를 통해 현지 검증 부분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