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음악회가 열리는 홀
황인규
음악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모두 잘 차려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그럴만한 장소이니 그런 사람들만 모였겠지만 흔히 말하는 선진국 노인들의 여유로운 삶을 엿보는 것 같아 살짝 부러움이 일었다.
악기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가 드디어 연주를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자 우리는 건물을 나왔다. 안내했던 노인이 연주회를 같이 듣자고 했으나 일정 핑계를 대고 사양했다.
연주회장을 나오면서 문득 우리나라 노인들의 처지가 떠올랐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십년 넘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두 가지 지표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다.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가 넘는데 이보다 주목해야 할 건 상승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가파르다는 것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노인 자살률 또한 58.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8.8명)의 무려 3배가 넘는 부동의 1위라고 한다. 부러움과 씁쓸함이 섞인 채로 다시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을 좀더 걷다가 문득 시청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도시든 시청은 그 도시의 상징이 아닌가. 특히 유럽의 시청들은 건축의 기능성보다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재 성격이 짙다. 우리의 친절한 안내인 구글맵을 켜자, 시청은 의외로 지척의 거리에 있다.
2분 정도 걷자 고풍스런 시청 건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레이덴 시 문양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니 복도가 나오고, 문이 닫힌 사무실 공간만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보통 관공서라면 먼저 커다란 홀이 보여야할 텐데 우리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나 싶어서 도로 나왔다.
건물 뒤로 돌아가니 아담한 광장이 나오고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좀전의 고풍스런 건물과 맞대어 있다. 이곳이 시청의 정문 출입구다. 광장에 안내문이 있어서 읽어보니 원래의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졌는데 1923년 화재가 나서 일부가 무너졌다. 시에서 건축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광장을 조성했다. 이전까지는 레이덴에 광장이 없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컸는데 화재를 계기로 조성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