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서 바라본 경치 만리장성이 지나갈 것 같은 먼 산에는 산벚꽃이 마치 눈 온 듯이 하얗게 덮여 있다.
민영인
고북수는 연암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곳으로, 바로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의 현장이다. 고북구는 동쪽 산해관에서 700리, 서쪽 거용관에서 280리, 몽고가 중원으로 쳐들어오는 입구에 해당된다. 연암은 밤중에 장성에 올라 술로 먹을 갈아 "건륭45년 경자 8월7일 밤 삼경에 조선 박지원이 이곳을 지나다"라고 벽돌에 낀 짙은 이끼를 긁어내고 썼다 한다.
아쉬움을 자극하는 또 다른 곳은 열하일기를 처음 알게 된 일야구도하(一夜九渡河)다. 이곳은 어디일까? 지금의 밀운(密雲)으로 현재 북경시 상수원이다. 일야구도하는 황제의 명을 받고 밤잠을 설치며 열하로 달려가다 홍수로 물이 불어 사나워진 강을 하룻밤에 아홉 번 건너면서 느낀 생각을 쓴 글이다.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마음이 텅 비어 고요한 사람은 귀와 눈이 탈이 되지 않고, 눈과 귀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더더욱 병통이 되는 것임을."
사나운 강물도 어떻게 듣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두려움과 평안도 모두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제 신열하일기를 마무리하며 열하기행단을 꾸려야겠다. 어느 정도 인원을 만들어 아예 차를 대절하여 일야구도하의 현장과 고북구장성까지 답사를 하는 여정으로 만들 생각이다.
열하에는 샤오까오가 있으니 더 알찬 기행이 될 것이다. 사실 샤오까오는 열하에서 피서산장을 안내하면서도 조선사신이 열하에 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연암과 열하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으며, 내가 열하를 찾게 된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했다. 샤오까오는 자신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할 테니 꼭 다시 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