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남-북 군인들남북이 22일 오후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술 도로를 연결한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최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모습.2018.11.22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4일간의 대화를 마치는 자리에서 맥나마라는 '처음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는 탄식을 내뱉었다. 베트남전쟁 때 미군을 지휘했던 전 국방장관 입에서 '잘못된 전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일종의 간접적인 사과 표명이었던 셈이다.
만약 하노이 회담에 앞서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면, 그나마 이런 사과 표명도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단 '공동 행사'부터 열어놓고 대화를 했기에, 이런 사과가 자연스레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유감을 표명한 뒤 맥나마라는 '쌍방의 오해가 전쟁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북베트남을 소련과 동일시했고 북베트남은 미국을 프랑스와 동일시했기에 1964년의 확전이 벌어졌다면서,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프랑스와 소련을 제물로 삼아 화해를 추구했다.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주먹을 날린 것'이라는 식의 변명을 했던 것이다.
맥나마라는 '오해 때문에 전쟁을 하게 됐고, 오해 때문에 전쟁 종결이 지연됐노라'고 강조했다. 오해만 없었다면 우리가 싸울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애교성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지난 2월의 북·미 하노이 회담은 노딜로 끝났지만, 1997년의 베·북 하노이 대화는 이처럼 '스몰 딜' 이상의 성과를 산출했다. 묵은 오해를 풀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양쪽을 화해시키는 대화였던 것이다.
이 공동 행사는 양국이 지난날의 아픔을 치유하고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이런 류의 행사가 전쟁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얼마나 유효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노이 대화는 낮은 수준의 '공동 행사였'다. 2020년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남북이 '이승만이 분단을 획책하지 않았다면', '김일성이 남침을 개시하지 않았다면', '맥아더가 인천상륙 뒤 38도선을 넘지 않았다면', '북한이 중공군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등등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하노이 대화 같은 '낮은 수준의 공동 행사'라 할 수 있다.
만약 남북이 그 수준을 뛰어넘어, <조선일보> 보도대로 공동 추모제나 공동 보훈 등의 '높은 수준'의 공동 행사까지 열게 된다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997년 이후의 베트남-미국 관계 증진보다 훨씬 속도감 있는 남북관계 증진을 우리 시대에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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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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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발끈한 6.25 70주년 보고서... 되게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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