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홍수 및 하천 복원 분야 국제적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4대강사업 문제점에 대한 강하게 비판했다.
이철재
"믿을 수 없어!(unbelievable!)"
우리 나이로 여든에 이른 백발의 노교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Hans Helmut Bernhart) 교수는 한국 4대강에서 창궐한 녹조를 바이오에너지, 화장품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있다는 것에 황당해 했다. "그런 미친 아이디어를(such crazy idea)"이라며 짧은 탄식도 내뱉었다.
4대강 녹조 활용은 학계 대표적 4대강 전도사인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 정부 청와대에서도 "사람들이 웃는다"며 무시했을 정도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홍수 분야와 하천 복원 분야 전문가다. 그는 박석순 교수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2011년 발표 논문에서 "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에 이견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했을 때에는 "그럴 줄 알았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
지난 5월 30일, 일행은 독일 카를스루에 중앙역에 도착했다. 원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를 렌트할 계획이었지만 초행길인데다 마침 독일 휴가시즌이라고 해서 열차를 이용했다.
대합실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짙은 녹색 에코백을 멘 큰 키의 베른하르트 교수가 보였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2014년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는 2011년 베른하르트 교수 방한 시 전체 실무 총괄자로 그를 처음 만났다. 8년 만의 재회였지만, 그는 기자를 기억했다. 유쾌하면서도 마음씨 좋은 옆집 키다리 할아버지 같은 인상은 여전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강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 방문 이전부터 4대강사업에 알고 있었다고 했다. 독일 RMD 운하 건설에도 참여한 바 있었기에 4대강사업 단면도를 구해서 보고 "이건 운하다"라고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MB 정부는 국내외에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대표 사업이라고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녹색성장은 단지 '사업의 성장'일 뿐"이라며 "그것도 자기 측근 사업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 말고는 국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감사원은 2013년, 2018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1920년대 라인강 상류에 맨 처음 보를 짓고 운하를 운영할 때는 경제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부턴 운영비만 많이 들고 별로 남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철도와 도로가 발달한 이후부턴 경제성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