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짬뽕 탕수육]에서 주인공은 큰 덩치의 '왕, 거지' 놀이로 상처 받는 아이들을 위해 '짜장, 짬뽕, 탕수육' 놀이를 제안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재미마주
예전부터 힘센 아이들에 의해 규칙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약한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짜장 짬뽕 탕수육>의 저자이자 경기도 양평 서종초등학교 김영주 교장은 안타까워했다.
김영주 교장은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경쟁 풍토가 그런 폭력을 낳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면서 아이들이 놀이 자체에 즐거움보다는 승부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문제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어 "학원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라며 "아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다 보니 그 스트레스를 풀 배출구가 필요하고 그것이 때로는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대한 욕망이 한층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와 달라진 부모들의 인식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교장의 암울한 진단은 계속되었다.
"부모들 스스로가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커서 자식들에게도 승리를 강요하고 있다. 부모들도 고립되어 있다 보니 협력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기보다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만을 주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좋은 일자리가 날로 줄어드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부모들은 자식들을 승리자로 만들기 위해 아이들 시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이 때문에 자유와 선택권이 없어진 아이들은 그 불만을 결국 자신보다 더 약한 아이에게 쏟아붓는 악순환이 '뽀까뽀까의 폭력성'의 실체라고 지목했다.
동화는 현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짜장 짬뽕 탕수육>에서 종민은 소변기에 '왕, 거지' 대신 '짜장, 짬뽕, 탕수육'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자리에 서게 함으로 왕따, 놀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동화 속 해결책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김영주 교장은 "동화처럼 어린이들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며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우선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의 세 주체가 모여 스마트폰 사용 자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이전 근무지였던 남한산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3년 전부터 학교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지 않고 있다. 현재 근무하는 서종초에서도 자치대표자회의를 통해 스마트폰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 결정을 끌어낸 상태라고 한다.
둘째, 놀이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김영주 교장은 중간놀이 시간을 30분으로 늘리고 축구와 피구로 한정된 놀이 문화를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콩주머니 놀이, 보드게임, 꼬리잡기 등 여러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쉼터를 만들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독서를 하는 등 분산이 중요하다고 했다.
셋째, 아버지 모임 등 여러 학부모 모임을 통해서 고립된 어른들부터 협력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뽀까뽀까' 등의 폭력성에 주목하여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는지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마음대로 하는 것과 같다"
이 문제에 대해 초등학생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 '뽀까뽀까' 제도에 대해 물었을 때 절반의 아이들은 '뽀까뽀까' 제도의 문제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편 가르기의 방법으로 여겼다. 사실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피구를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직접 뽑는 당사자이자 일찍 선택받는 아이들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o 초등학교 5학년 김단(가명) 학생은 "강대국들이 약한 나라에 하는 거랑 똑같은 것 아닌가요"라며 지적했다. 같은 학교 이은서(가명) 학생은 마지막 남은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버린다'는 말 대신 '드린다'는 말을 사용한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콩 주워 먹기' 대신 '콩 버리기'라는 말로 마지막 남은 아이를 결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