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
권우성
주 위원장이 회사 쪽에 공식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건 지난해 12월 말이다. 회사 측과의 협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 1월 초 회사와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한 후, 주 위원장은 곧바로 2월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만나 무기계약직 직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 합의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진 것 같은데 이유는 뭐였나요.
"회사 입장에서도 정규직 전환이 유리하다고 이미 판단했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상 계약직이랑 정규직이 처우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거든요. 지난해 최저임금도 10.9%나 올랐잖아요.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거든요. 회사 입장에선 임금을 크게 올리는 것보다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게 비용이 덜 든다는 결정을 내린 것 같아요."
-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어떤지 설명해주세요.
"일단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돼요. 급여도 월급제고, 상여금 제도도 정규직과 같아요. 무기계약직의 대다수는 정규직처럼 전일제로 일해요. 홈플러스를 20년 동안 다닌 무기계약직 조합원에 대한 처우는 갓 들어온 정규직 직원보다 오히려 나을 정도고요."
매 년 한 걸음씩
홈플러스 지부는 2013년 노조를 만든 뒤 임금 인상보다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데 힘을 모았다. 당시만 해도 고용 형태에 따라 수많은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이어져온 쩜오 계약뿐 아니다. 상여금도 정규직은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받은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상여금의 70%만 받았다.
- 과거 어떤 차별이 있었고, 어떻게 바꿔왔나요.
"우선 당시 정규직은 하루 8시간 전일제였지만 무기계약직은 시간제였어요. 본사는 필요한 시간에만 사람을 쓰고 싶었던 거겠죠. 하지만 대다수의 계약직들은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하고 싶어 했어요. 그게 안정적이니까. 그래서 전일제로 바꿨죠."
- 쩜오 계약을 없앤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맞아요.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조합원들에게 쩜오 계약 폐지를 위한 등벽보(업무복 뒤에 붙이는 선전물)를 붙이라고 지시가 나갔어요. 전국에 조합원이 1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던 시절이었죠. 회사 쪽은 '아줌마들이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어'라는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주부 조합원들이 일제히 등벽보를 등에 다 붙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몇몇 분들은 청심환을 드시고 동참했다고 하더라고요. 놀란 회사는 그해 쩜오계약을 폐지했어요."
- 또 어떤 것들이 바뀌었나요.
"시급제가 월급제로 바뀌었어요. 회사쪽은 바꾸고 싶지 않아 했죠. 시급제랑 월급제랑 사실상 비슷하다면서. 정규직 임금이 그리 높지 않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휴일의 개수가 달랐어요. 월급제에는 법정 공휴일분이 포함돼 있었거든요. 결국 월급제로 바꿨고 쉴 수 있는 날이 늘어났어요.
상여금도 지금은 차별이 없어졌어요. 과거에는 정규직은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상여금으로 받았지만, 계약직은 정규직 상여금의 70%만을 받았어요. 부서별 시급도 통일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계산원과 수산물 코너 직원, 청소 직원들에 대한 급여가 모두 달랐거든요. 근데 급여의 차이가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니까 똑같은 시급을 주도록 했죠."
노조의 노력으로 정규직과의 차별이 하나씩 사라지자 조합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홈플러스 전체 직원 가운데 1/4에 달하는 5000명이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그래도 정규직 전환은 안 된다"는 편견
홈플러스 지부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무기계약직의 90%를 차지하는 주부 사원에 대한 회사와 사회의 편견이었다. 주부 사원들의 노동을 '진짜 일'이 아니라 용돈 벌이를 위한 아르바이트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