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고창읍성에 오르니 세상이 차분하고 신비롭다.
이현숙
고창 여행 중에 고창읍성을 들러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봄에 왔을 때는 성곽길에 화려한 철쭉이 테두르듯이 푸짐하고 선명하게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었다. 입구의 판소리 박물관을 지나서 성곽에 올라서니 촉촉이 내리는 비 덕분에 성 안이 신비롭고 차분하다.
고창읍성은 일명 모양성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 또 다른 읍성인 낙안읍성과 해미읍성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민가와 관청이 있고 주거목적이던 것과는 달리 고창읍성은 유사시 방어와 주민들의 피난처의 목적이 더 큰 곳이다. 이제는 고창 주민들의 휴식처로 또 전 국민의 여행지가 되었다.
좁다란 산길을 올라 하늘로 향해 쭉쭉 뻗어있는 대숲 '맹종죽림(孟宗竹林)'에 들었다. 10m가 넘는 높이다. 숲에 드니 비가 멈춘 듯 고요하다. 간간히 대숲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1938년 청월(淸月) 유영하(劉暎河) 선사가 불전의 포교를 위해 이곳에 보안사를 짓고 그 운치를 돋우고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바람소리 사각거리는 대숲에서 고요를 즐길 수 있다. 이날처럼 댓잎 끝에 매달린 빗방울 또르르 한 점씩 맞으며 노닐던 시간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읍성의 옛맛과 대숲의 깊은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면으로도 많이 나오는 명소다. 고창에 가면 꼭 성곽길을 올라 볼 일이다.
가끔 1박 2일이나 외부에서 묵어야 하는 여행이 번거로울 때가 있다. 이날처럼 당일여행은 번거롭게 여행가방 꾸릴 일도 거의 없다. 편히 하루를 즐기다 간편하게 집으로 돌아오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짧은 하루지만 여행지의 역사나 현지 사정에 맞는 체험과 맛보기로 알차게 잘 보낸 하루라는 생각에 스스로 흐뭇한 여행이다.
▶고창을 즐기는 방법 중에 '팜팜시골버스'가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루코스가 마련되어 있고 숙박정보 도움도 받을 수도 있다. (전화 1577-1788, 070-4464-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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