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홍 씨는 중앙의 역사에 매몰된 향토사를 독립된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방관식
한기홍(56)씨는 일주일이면 수차례 산에 오른다. 하지만 그의 발길은 정상이 아닌 우거진 수풀을 향한다. 잘 정리된 등산로를 마다하고 무언가의 흔적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헤매는 그의 정체는 향토사학자다. (한 씨는 요즘 내포를 대표하는 가야산 속에 산재해 있는 폐사지를 찾아 그 위치를 위성 GPS로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일 만난 한씨는 '지금이야 제법 익숙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향토사학자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생소한 단어였다'고 했다.
"과거 향토 사학은 중앙의 역사에 매몰돼 철저하게 외면받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어요.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의 무관심은 더 심했고요. 하지만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국사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향토사입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매력이기도 해요"
30대 중반 서산문화원과 문화원연합회 충남지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지방문화원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나름 문화에 대한 튼튼한 내공을 가진 그가 400년 전 서산지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사찬읍지 호산록(저자 한여현)에 매료돼 향토 사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흥미를 갖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분명 차원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