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랜드에서 알 하나가 관람실 중간에 방치되어 있다.
이현정
사파리 밖을 나가 파충류관과 조류들이 모여있는 버드랜드로 향했다. 파충류관에 전시된 여러 종류의 뱀들은 좁은 유리실 안에 갇혀 있었다. 파충류와 곤충류는 미국의 동물복지법률(Animal Welfare Act, AWA)에도 '동물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동물원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버드랜드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은 맞이한 새는 물총새였다. 자연에서 날렵하게 강 위를 가르며 물고기들을 잽싸게 사냥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날기 힘든 새장에 갇힌 물총새의 악쓰는 듯한 울음소리가 전시관 전체를 가득 메웠다.
다음 전시관에는 플라밍고와 백로, 토코투칸이 매끄러운 관람실 바닥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알 하나가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의 사육사에게 그 알에 대해 질문하자 잠시 뒤 그 알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동물권 향상보다 동물에 대한 인식 변해야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 폐지 여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은 국회에서 동물원법을 발의했다. 장 의원이 야생동물의 택배 운송에 대해 처음으로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녹색당은 20대 총선 때 국내 최초로 동물권 선거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당시 국내의 동물 보호 단체들과 지지 및 정책 협약을 맺었다. 선거 때마다 동물권 공약을 내놓으며 국내에서 공장식 축산과 살처분, 해양포유류 보호 등의 의제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왔다. 2019년 현재에도 동물권위원회를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동물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
동물해방물결 측은 인간과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동등하다고 보고, 단체 강령에서 동물해방과 비거니즘(veganism)의 확산, 지구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 복지법이나 동물원법 등 법규를 통한 동물권 향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이다. 동물원이나 애견 카페 등을 방문할 때 단지 동물을 유흥거리나 상업적 도구로만 소비하지 않고,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9월 사육사의 불찰로 열려있던 사육장 문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 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져 본다. 작년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원에 전시된 동물이 인간의 실수로 인간에 의해 다치는 일이 없도록 동물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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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알, 앞발 잘린 곰... 퓨마 사살 1년, 동물원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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