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1년 8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제 여야의 공수가 교대된 상태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 공식적인 임명 발표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나 당사자인 조국 수석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을 두고 벌였던 여야의 논쟁을 생각하면, 지금에 와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반대의 논리를 들어 공격과 방어를 할 순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조국 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것도, 더불어민주당이 그 임명을 옹호하는 것도 모두 궁색한 상황이다.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입장을 바꾸는 것이 이성적인 정치인의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논거는 과거 민주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대통령의 측근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면 검찰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고, 검경 수사권조정 및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을 위한 적임자라고 말한다. 정부여당은 자유한국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 그리고 자신들이 과거에 내세웠던 반대 논리에 어떤 대응을 할까?
정부여당이 공개적으로 찬성의 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종걸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제시한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다.
▲ 두 수석은 청와대에서 역할이 달랐고(사정기관의 통제와 공직 사정에서 사법개혁) ▲ 경력이 다르며(검사와 학자 출신) ▲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기대하는 역할(권력누수 방지와 사법개혁의 완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 법무부장관의 파트너 격인 검찰총장이 다르다는 점(김준규, 한상대 총장에 비해 윤석열은 강골이고 또한 조국 수석은 사법개혁의 과제만으로도 벅찬 업무여서 장관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차이로 ▲ 권력기관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국군기무사령부·정치검찰·정보경찰 등은 과거의 '관행적인 일탈'조차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권력 기관의 조직문화가 달라지고 요원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권재진 수석은 수사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컸던 것이고, 조국 수석은 수사 개입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니 수사 개입의 위험성이 컸던 권재진 수석은 법무부장관을 맡아서는 안 되고, 수사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는 조국 수석은 법무부 장관을 맡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믿을 수 있고, 너는 믿을 수 없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종걸 의원의 논거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의 양상, 권재진과 조국 민정수석의 역할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비서로 지시감독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과거 민주당이 권재진 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이유는 '비서로 일하던 사람은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므로, 장관 임명 후에도 그러한 인적관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다른 장관과 달리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으므로 대통령 측근이 법무부 장관으로 오면 측근을 통한 검찰 장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당시의 우려가 지금 와선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