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지유석
교회가 지상파TV 저녁뉴스에 첫 번째 주제로 보도됐다. '사랑의교회' 이야기다. 칭찬받는 일이라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다. KBS <뉴스9>은 6월 27일, 28일 이틀 동안 뉴스 첫 주제로 사랑의교회 건축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공공도로 지하 불법 점용 논란에 대해서 보도했다. 6월 27일에는 3개, 6월 28일에는 4개의 뉴스가 나갔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랑의교회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사랑의교회는 2019년 6월 1일에 느닷없이 헌당식을 열었다. 교회는 2013년 11월에 서초역 앞에 새 건물(서초예배당)을 완공하고 이를 자축하는 '입당 감사예배'를 진행한 이후 지금껏 사용하고 있었다.
헌당식은 무엇인가? 개신교의 관행에 따르면 건축과 관련된 부채를 모두 갚았을 때 건물을 하나님께 온전하게 바친다는 의미로 진행하는 일종의 '세리머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짓는데 총 3001억 원을 썼는데 은행에서 876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빚을 다 갚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헌당식에서 빚을 모두 갚았다는 기쁜 소식은 없었다.
공공도로 지하 불법 점용 논란... "수도관과 같이 필요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다"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서초역 앞 땅을 1175억 원에 샀다. 그런데 당초 6000여 석 규모의 예배실을 만들려고 했던 것과 달리, 구입한 땅에는 4500석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견적이 나왔다. 사랑의교회는 공공도로 지하를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리고 서초구청에 허가를 신청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구청 치수과는 하수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부지라면서 반대했고, KT와 서울도시가스도 설비들이 매장돼 있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결과는 사랑의교회가 원하는 대로 됐다. 서초구청은 교회 건물 중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기부받는 대신 공공도로 지하 점용을 허락해줬다. 그 결과 사랑의교회는 지하에 6500석 규모의 예배실을 건축할 수 있었다. 기네스북에는 사랑의교회 예배실이 세계 최대의 지하예배실로 등재돼 있다.
사랑의교회 신도이기도 한 이혜훈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서울 서초갑)은 2010년 6월 사랑의교회 서초예배당 기공식에서 "날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박성중 당시 서초구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서울 서초을)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경로로 여러 군데에서 요청이 있었다, 전 청와대 인사도 있었다"라며 사실상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2011년 서초구민 294명은 서울시에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서울시는 구청의 허가가 위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황일근 당시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과 건축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교회 일각에서는 공공도로의 지하 점용을 포기하고 예배실을 작게 짓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오정현 담임목사는 "건축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오정현 목사는 교회를 '영적 공공재'로 지칭하며 "서울시가 뭐라 하든 누가 뭐라 하든 사회법 위에 도덕법이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 100~200명이 난리를 치고 행정소송을 한다는데 서초구에만 우리 교인이 2만 수천 명이 있다"라고 말했다. "결사적이 돼야 한다, 영적 배수진을 쳤고 출사표를 던졌다"라는 선동 발언도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아예 지하도로 허가권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사랑의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영적 배수진 작전'은 성공을 거두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2016년 5월, 이 사건이 주민소송 대상이 맞다면서 사건을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교회 건물이 '공공재'라는 사랑의교회의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개신교 매체인 <뉴스앤조이>에 보도된 판결문 일부를 옮겨온다.
"사랑의교회 예배당의 수용 인원을 늘리기 위한 도로의 점용은, 교회가 비록 비영리단체이며 지역 발전을 기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하지만, 이 시설이 일반 시민에게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관과 같이 필요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통 유발을 초래한다 하여 지구 단위 계획 결정 시 제한되는 업종의 시설로도 지정되는 점을 볼 때 공익상의 시설로 인정되지 않는다. 아울러 예배당(본당)은 신도가 되면 일정 시간에 이용할 수 있지만 보통의 시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용 시설이라 할 수 없다." (2016년 5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진행된 1심과 2심은 지하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대형교회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따갑게 꼬집었다. 역시 <뉴스앤조이>에 보도된 판결문을 옮겨온다.
"참가인(사랑의교회)은 이 교회를 건축함에 있어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도로 지하 점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참가인이 도로점용 허가를 추진한 데에는 '대형 교회를 지향하여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볼 여지도 있다."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조은희 서초구청장, "영원히 허가 계속" 부적절 발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