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에서 북한 납치문제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일본 정상회담 현황
최우현
이처럼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열린 미·일정상 회담에서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최고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교과제로 다루어졌다. 5월 27일 열린 미·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는 내외 귀빈에 대한 인사에 이어 가장 먼저 언급된 주제다. 당시 아베 총리가 언급한 관련 내용은 모두 7 문장, 납치라는 단어만 3회 언급됐다. 단순 양적으로도 인도·태평양 전략 연대(3 문장), 일본 기업 대미 투자와 관련된 내용(7 문장)에 비해 적지 않았다.
일본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납치문제 해결은 공공연히 거론돼 오고 있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자민당이 배포한 '令和 원년 정책 팸플릿'(2019.6.17.)에 따르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은 "최고로 중요한 과제"로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국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토록 아베 총리가 전전긍긍해하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란 대체 무엇일까? 그동안 대북 강경책만 고수해오던 아베 총리가 이렇듯 갑작스럽게 대화 무드를 조성하려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에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에 해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납치 문제를 둘러싼 아베 총리의 과거 정치사적 인연부터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납치의 아베', 스타로 떠오르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난 70년대~80년대 북한이 남파 간첩의 신분 위장(일본인 행세)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 등에 이용하기 위해 일본 민간인들을 은밀히 납치해온 '반인도적 범죄'다. 이는 2002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서 직접 시인('제1차 북일 정상회담'(2002.9.17.))되며 공식화됐다.
아베 총리는 정치 신인에 불과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납치 문제에 주목해왔다. 그는 93년 총선거에서 중의원에 당선 이후 <북한납치의혹일본인구제의원연맹>(1997), 자민당 일·조문제소위원회 사무국장(1997), <북한납치일본인구출연맹>(2002) 발족 등에 참여하며 북한 납치 피해자 구원을 위한 정치활동에 열중했다.
특히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2002.9.17.)'을 통해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북일 정상회담 당시 관방 부장관 자격으로 참여, 방북했던 아베 총리는 '납치에 대한 북한으로부터의 경위 설명과 사과 없이는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을 조인해선 안된다'는 강경한 주장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이끌어내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단행본 <아베 신조의 일본>의 저자 노다니엘 박사 역시, 아베 총리가 이때의 납치 문제를 계기로 상당한 활약을 하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국내 강경파를 주도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아베 총리는 이듬해인 2003년 자민당 간사장으로 발탁, 11월 43회 총선거에서 여당 측의 승리를 이끈다.
2006년 총리대신이 된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간다. 납치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최초로 출범(2006.9.26.)시킨 사람 역시 아베 총리였다. 이 기구는 2009년과 2013년 개편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 5월에는 이른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재조사한다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단, 스톡홀름 합의는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대북제재 등 국제정치 상황에 맞물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외에도 아베 총리는 납북피해자가족연락회와의 면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대집회 등의 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그가 '납치의 아베'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도 이 같은 스토리 덕분이다.
16년간 성과 없어.. 옥죄어 오기 시작한 납치 문제
이처럼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금의 정치인 아베를 만들어온 기반이었다. 납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할 의지를 가진 사람, 북에 할 말은 하는 사람, 싸우는 정치인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일본 국민의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2002년 이후 16년의 시간이 지났고 48살의 아베는 65세가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젊지 않으며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의 발도 여태 딛지 못했다. 앞서 말했 듯 납치 피해자 가족, 야당 및 정계 인사, 특정 실종자 가족회 등이 서서히 그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