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앙드레김 선생의 사택지고 앙드레김 선생님과 어머니가 피란시절 부산으로 내려와 지냈던 암남동 사택지의 현모습이다.지금은 유치원에서 노인재가시설로 리모텔링 공사중
박미혜
할머니의 예쁜 마음과 수고로움으로 이웃들도, 관광객들도 피해다니던 곳이 지금의 예쁜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앙증맞게 주소도 적어 두셨다. 이곳이 지난 시절 우물터였다는것을 오는 이에게 알려 주시려는 할머니의 귀한 마음씨였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도시의 지난 흔적을 찾는 일에서 오늘처럼 보람된 적이 많치 않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번의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을 맞이했다. 공동우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고 앙드레김 선생의 사택이 있었던 곳을 찾아갔다.
그곳엔 파랑새 유치원이라는 시설이 있었고, 현재는 아이들의 감소하여 문을 닫고 다시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공사 현장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공사 현장 소장님이 안전을 위한 당부를 하러 다가오셨다가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심스레 부탁을 하셨다.
"인근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이 앙드레김 선생이 살아생전 어머님과 사시던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을 기리기도 하고, 이렇게 찾아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안내판을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주세요."
아! 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덥석 손을 잡고 인사를 했다. 내가 곳곳의 마을 골목을 다니며 역사의 흔적을 찾고, 어르신들의 구술을 듣고 기록하는 것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함이 아닌가 하는 맘에서 말이다.
현장 소장님께 관계자와 구청에 알아봐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그 날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금 부산도 곳곳의 마을에서 도시 재생을 위한 주민들의 모임과 또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함께 하는 사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시가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에 오늘 만난 이들의 손길처럼 배려와 마음씀을 잘 듣고 받아들여서 정책에 입혀지고, 기록으로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도 그 일을 계속 하겠지만, 혼자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낫지 않겠냐는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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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억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과 그 기록들을 잘 담고 후세에 알려줄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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