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현역 근처에 위치한 ㅈ식자재마트 내부. 계산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류승연
이에 따라 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에 가게를 내도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림시장의 경우, 식자재마트가 사실상 시장 안에 있는 구조인데도 그랬다. 시장 정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전통시장이, 왼쪽으로 가면 식자재마트가 나오는 모습이었다. 아현시장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을 기준으로 1km 반경 안에 세 군데의 식자재마트가 있었다.
식자재마트는 '시간제한 규제'나 '의무 휴업일 규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서는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다. 매월 이틀은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ㅇ식자재마트와 ㅈ식자재마트의 영업시간은 각각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였다. 별도 휴업일도 없었다. ㅈ식자재마트 매장 앞에 쓰인 '365 SUPER SALE'이라는 문구가 두드러져 보였던 이유다.
서울만이 아니다... 전국구로 전통시장 잠식중
서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인천의 계산전통시장상인회는 계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계산시장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구청이 식자재마트의 건축 허가를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청은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마트의 건축 허가를 두 번이나 반려했지만 행정심판 끝에 지난 18일 마트쪽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에는 한 식자재마트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근처에 가게를 내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조례도 만든 상태다. 대구시는 2015년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 지정·운영 조례'로 전통시장 1㎞ 내에 식자재마트 진입을 제한했다. 조례에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자쪽이 구청에 '상권영향 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통시장 상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상인연합회의 유건규 사무총장은 '조례만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 사무총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식자재마트는 전통시장과 비슷한 식자재를 판매할 뿐 아니라 영업시간에 제한도 없는데 규제를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만 맡겨놓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나 SSM처럼 식자재마트도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업체 규모별로 규제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하고 있는 대형마트 규모가 획일적이어서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며 "해외처럼 마트 크기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은 3000제곱미터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대형마트 기준을 나누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식자재마트같은 예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팀장은 "영미권의 경우 규모별로 규제를 다르게 두고 있다"며 "우리도 업체 면적이 1만 제곱미터 이상이면 입점 단계부터 평가를 받고, 3000제곱미터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구청에 신고를 하고, 또 1000제곱미터 이상이면 주변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등의 사업조정신청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생을 위해 규제도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