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하듯 건너 간 일본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는 박철현님. 그 많은 일 중에 주류판매업소에서 일할 때의 모습이다.
박철현 제공
또 하나, 저자 박철현님과 관련해 재미있는 현상은 책이 출판될 때쯤 벌어진다. 저자의 SNS 이웃들이 책을 구매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주문은 일상화된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책을 빨리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순례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구입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인증샷을 올리는 일도 즐비하다.
그러면서 이웃들이 남기는 멘트는 하나같이 "묻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박철현님에 의하면 "묻케팅"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직업이 소위 "노가다 쪽이라 땅에 묻는다"는 말에서 "묻"을 따온 마케팅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니 저자의 마케팅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랄까 전작 <어른은 어떻게 돼>(어크로스, 2018) 출판 이후 작가들이나 출판에 종사하는 분들의 이웃신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의 SNS 마케팅은 성공한 것 같다. 저자 자신도 성공한 것 같다고 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싶다. 하지만 박철현님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냥 매일매일 쌓인 친구들 간의 신뢰라고 봅니다. 저도 다른 페친 분들이 책 내면 한국에 들릴 때 서점에서 보통 열 몇 권씩 사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해요. 또 이번 신간은 아예 책 안에도 페이스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갑니다. 서문에도 딱 써놨어요. 매일같이 책 언제 나오냐고 닦달해 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0과 1의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차갑고 인간성 없는 공간인 것 같지만, 그곳에도 흐르는 사람들 간의 정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런 정이 없다면 그의 '묻케팅' 전략이 통하기나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기자도 저자 박철현님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미려한 글쓰기에 매일 놀라며 글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그의 글은 재미가 있다. 멀리 일본에서 생활하는 저자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누었다. 다음은 박철현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먼저 책의 출판을 축하드린다. 저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으실 것 같다. 요즘 말로 자신에 대해 탈탈 털어주시면 좋겠다. 성함부터 시작해 하시는 일, 가능하시면 가정 소개도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2001년에 일본 도쿄에 와서 지금까지 18년간 살고 있습니다. 박철현입니다. 고향은 창원(구 마산)이고 주욱 마산토박이로 지내오다가 누구나 그렇듯 고등학교 시절 사춘기를 겪었구요. 그때 부산으로 가출했다가 우연찮게 심야만화방에서 본 '원스어폰어타임인어메리카'라는 영화 한편 때문에 영화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수능 1세대인데요. 93년에는 시험을 여름과 가을 두 번으로 나눠쳤는데 첫 시험 성적이 좋아 중앙대 영화학과에 영화연출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그 이후부턴 서울과 안성, 군대를 거쳐 학교를 졸업한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일본으로 도피하듯 건너왔습니다.
도피라는 표현을 왜 쓰는지는 이번 신작 <이렇게 살아도 돼>(하빌리스 출판사)를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오자마자 일본인 여성과 사귀었구요. 다음해 8월 혼인신고를 올렸습니다. 그 이후 아이 네 명을 낳고 지금 큰애가 벌써 중2가 되었네요.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절감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아참 지금은 여러 직업을 거쳐 인테리어 공무점을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지난번에 출판한 <어른은 어떻게 돼>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책으로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
"네. 당연히 부담스럽죠. 무엇보다 제가 이번까지 합하면 개인사 및 경험을 세 권이나 쓰게 되었는데요. 사회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명사도 아니고 마땅히 성공한 삶이라고 자랑할 수도 없는 제가 이렇게 세 권이나 낼 수 있다는 게 간혹 신기하고 또 놀랍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보통 우리 세대나 하나 밑의 세대들보단 확실히 독특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이러한 타인, 즉 저의 삶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한 두 가지만이라도 뺏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게 종국에는 독자님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름대로 기여는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부담보다는 여전히 신기하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 이렇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고 나면 마음이 어떠신가? 이야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시는가, 아님 이 부분은 좀 유하게 쓸 걸 하는 생각까지, 어떤 생각이 주를 이루시는가?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앞 답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아주 축복받은 존재입니다. 세 권이나 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더 이상 쓰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이번 작품 에필로그를 보면 그런 소회를 적어 놨습니다. 트릴로지(3부작) 형태로 완성을 했기 때문에 이제 제 삶에 대한 에세이는 안 쓰겠다고 말이죠.
독자들의 평을 보면, 특히 전작인 <어른은 어떻게 돼>의 독자님들이 저와 같은 아이 있는 기혼자가 많으신데, 그분들이 매우 좋은 리뷰와 평가를 내려주셨고, 또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는 그런 글들을 많이 올려 주셨습니다.
그런 평들을 보면, 물론 제 태도가 정답도 아니고 한국사회와 일본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적용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