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
권우성
(* 은하선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 은하선토이즈는 프랜차이즈 제안도 왔다고 들었다.
"섹스토이 프랜차이저에서 연락이 온다. 얼마를 줄테니 매니저를 해달라는 제안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썼을 때 좋은 섹스 토이를 추천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토이숍을 시작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에서 연락이 올 때는, 섹스토이 사업을 여성이 했을 때 따라오는 상업적 효과를 위해서 연락하는 것 아닌가 싶다.
가끔 사장이 여자인 가게를, 그걸 은근하게 홍보하는 곳을 보면 저 사람이 진짜 저 사업의 주인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성공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드러내고, 편집해서 효과를 보는 게 아닌가. 그 뒤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한다. 그렇게 전면에 나선 것이 다 여성인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 프랜차이즈 제안을 받아들이면 돈을 벌었을 텐데. 아쉽지 않은가.
"원래 남의 돈을 뽑아 먹을 줄 알아야 사업을 크게 하는 거라던데. 나는 아닌가 보다. 계획이 없어서 그런가(웃음)."
"악의적 편집, 내가 걱정하는 건..."
- 계획은 없어도 수입이나 저축은 중요하지 않은가. 실례가 아니라면 어디서 수입을 얻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그달에 강의가 없으면 사업이 잘 된다. 만약 토이가 안 팔리거나 가게가 안 되면, 갑자기 강의가 들어온다. 이것도 저것도 없네 싶으면 인세가 들어온다. 번 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누군가 조율해주는 것처럼. 나도 신기하다. 꾸준히 들어오는 건 그래도 가게 수입이다. 작가로서 정체성은 가지고 있지만, 글쓰기로 먹고사는 건 힘들다. 연재처가 고정으로 몇 개씩 있어도 힘들지 않은가. 여러 가지 일을 복합적으로 하는 시대인 것 같다."
- '일감 사냥'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꾸준히 일이 들어오는 건가.
"일을 따내기 위해 뭔가 해야 하나? 몰랐다.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이 많이 들어오지 않나 보다(웃음). 한때는 한 주에 몇 번씩 지방에 내려갈 만큼 강연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방송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러줘야 나간다."
- 은하선 대표는 유명하지 않은가.
"최순실도 유명하지 않나."
- 최순실과 비교하는 건 좀... 어쨌든 유명세는 별로 돈이 안 되는가 보다. 이슈가 된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섹스 칼럼니스트이자 페미니스트, 바이 섹슈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게 직업적으로 불리하지는 않았나?
"강의를 할 때마다 밖에서 항의시위를 한다거나 시청에 전화해서 압력을 넣는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내가 피곤하다기보다는, 나를 부르는 사람들이 피로해진다. 내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닌데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이게 커리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특히 방송일은 출연자에게 특별한 일이 없어야 그 사람을 계속 부른다.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이 방송됐을 때도 반동성애 단체와 일부 기독교 단체가 EBS 앞에서 두 달 동안 시위하고, 나와 방송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조선일보>에 냈다. 결국 지금은 방송 패널로 나가지 않고 있다(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방영 이후 은하선 대표는 하차했고, 해당 방송은 2018년 2월 종영했다 - 편집자말).
인터넷에서 악의적인 편집으로 나를 욕하는 글도 많다. <까칠남녀>에서 자위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다. 내가 매일 자위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고, 잘못된 자위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참외나 바나나로 자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두 개를 편집해서 내가 참외로 매일 자위하는 것처럼 퍼뜨린다.
내 걱정보다는 가게에서 섹스토이를 산 고객이 이렇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 '은하선, 저것이 나한테는 10만 원짜리 기구를 팔았으면서, 자기는 싸구려 바나나로 해?' 그런 소리 들을 때면 야채 장사를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랬으면 더 잘 팔았을까? (웃음) 유명해지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에 낸 앨범만 해도 그렇지 않나. 내가 낸 앨범에 별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