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의 관문 도청항. 잔잔한 물결과 줄지어 선 배를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김광균
신록이 짙어가는 계절.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거진 나무 사이로 파고드는 투명한 햇살이 눈부시다. 여행을 충동질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온전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쉼표 같은 여행이 간절하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저 멀리 남도 끝자락에서 보내오는 손짓을 느낀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는 그곳, 이름마저 싱그러운 청산도로부터.
수려한 경관, 휴식 같은 삶
서울에서 완도행 버스에 올랐다.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다섯 시간이 걸린다. 배를 타기 위해 완도항 여객선터미널로 향한다. 완도항에 크고 작은 배들이 줄줄이 정박해 있다. 너울대는 물결 위로 배의 행렬이 출렁거린다. 뱃전에 부딪히는 잔물결 소리가 고요를 실감케 한다.
완도 선착장에서 50분쯤 배를 타고 가야 청산도에 닿는다. 하늘과 바다, 산이 사시사철 푸르다는 의미로 청산도란 이름을 얻었다.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예로부터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렸다. 신선들이 머물 만큼 아름다워 선산(仙山), 선원(仙源)으로 불리기도 했다. 1981년 12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청산도의 시간은 더디 간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슬로길이다. 슬로길에는 자연경관과 마을 풍경,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녹아 있다.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미덕을 엿볼 수 있는 곳. 청산도의 슬로건 역시 '삶의 쉼표가 되는 섬, 청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