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8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자신의 '필화 사건'의 의미에 대해 천막 강의를 하려했으나,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야외 천막강의 취소 후 실내로 장소를 옮겨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를 마친 참석자들은 동국대 교정에서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권우성
- 최근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환경, 페미니즘 노동 의제보다 통일문제나 남북관계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다른 사회 문제에는 관심이 많지만 남북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청년들에게 왜 한국 사회에서 분단 문제가 왜 중요한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과거 NL(민족해방·National Liberty) 세대만 하더라도 분단이라는 것 자체가 전혀 용납되지 않았다. 분단은 우리의 내적 요인보다는 미국의 대소봉쇄 냉전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은 우리 민족 구성원 누구하고도 분단을 논의하거나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우리 역사를 일본이 강제 병합해 식민지배한 것처럼, 분단 역시 미국이라는 외세에 의해 강제로 강요당한 역사이다. 거기에 남북 정권이 서로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가 끊임없이 전쟁 위험에 노출되면서 역사적 파행을 거듭했다. 우리는 일제에 식민지배를 당한 것은 역사의 파행이라 분명히 인식한다. 그러나 미국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분단은 역사의 파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의식의 도치화' 아닐까 한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부류, 소위 말하는 냉전 분단 세력들에게 분단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이 되니까 분단이 역사의 파행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지배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냉전 분단세력들과는 다르겠지만 젊은이들도 결과적으로 역사의 파행을 파행으로 여기지 않는 건 비슷한 인식이 아닌가. 물론 젊은이들이 그런 인식의 한계를 갖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젊은이들이 중시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분단 문제가 가지는 엄청난 모순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부여받을 권리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로부터? 사회와 국가로부터다. 개개인은 이것들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사회나 국가는 이를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
인권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바로 '평화생명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게 가장 귀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바로 '목숨'이다. '뭐든 다할 테니 목숨만은 살려주세요'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생명권을 침해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다. 겨울철 거리에서 노숙하다가 얼어 죽거나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수 있다. 폭력에 의해 희생을 당할 수도 있다. 개인으로 혹은 집단으로 생명권의 침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명권 침해 중 가장 대규모로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는 게 바로 '전쟁'이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생명권이 무더기로 박탈당하는 것만큼 심각한 인권의 침해가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전쟁으로부터 해방이 돼서 천수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권리, 이는 천부적이고 당연한 권리다.
현재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분단체제 때문에 우리의 평화생명권은 절대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분단체제가 해소되는 것, 이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인권을 신장시키려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분단 체제 자체가 반인권적이다."
"남북의 젊은 세대, 역사관에 대한 상승적 결합 고민했으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쪽이나 북쪽이나 우리 역사에 대해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 남북이 진정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려면 역사관을 바꿔야 한다. 남쪽에는 '몰역사적 결과론'이 있다. 몰역사니까 역사를 빼는 것이다. 현재의 결과가 좋으니 옛날도 좋았다는 식으로 옛 역사 중에 잘못된 걸 다 빼버리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엄청난 왜곡이고 반역사적인 행동이다.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어떤 인식을 바로잡고 조치를 시행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나 천안함도 진상 조사나 재발 방지가 없으면 다시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옛 역사에서 잘못된 걸 다 빼버리면 어떡할 것이냐.
반면 북한은 '발생적 역사관'이라는 걸 갖고 있다. 남한과는 반대다. 발생 당시에 이랬으니까 우리가 아직도 이렇다. 옛날이 좋았으니까 지금도 좋다는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민족반역자들 다 쳐내고 토지개혁 한 건 잘한 것이 맞는데 이걸 가지고 지금의 권력분배나 우상화 이런 것들까지 다 정당화할 순 없다. 남과 북이 서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1+1는 2가 아니라 5가 되고 10이 될 수 있는 상승적인 역사관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현대사를 제대로 알고 북한 역사도 제대로 알고 우리 역사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를 끌고 나갈 사람은 젊은 세대다. 역사관의 상승적 결합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