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5/30~6/5)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은 사고 첫 날부터 "골든타임 지났다", "강경화 장관 가도 구조 못할 것"
종편 3사 시사 프로그램이 참사를 가장 많이 다룬 5월 30일 방송에서는 사고 피해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들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0)에 출연한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사고가 알려진 첫 날부터 '이미 골든타임은 지난 것 같다', '강경화 장관이 가서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와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가 승객들에게 안전 관련 지시와 훈련이 없었던 점을 묻자 고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 : 제가 헝가리라는 나라를 폄하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요. 우리가 관행적으로 쓰는 말 중에 '후진국형 인재'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게 천재, 물론 비가 많이 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홍수가 나서 댐이 넘쳐서 이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무슨 천재지변 같지는 않고요. 그야말로 인재인데 저 인재가 최소한의 안전 관리도, 가이드라인도 없이 통제 시스템이 작동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냥 추돌당해서 어이 없이 지금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되는. 그리고 이미 골든타임은 지난 것 같고 점점 실종된 분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이런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현지에서 들어오는 구조 소식은 지금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날씨가 안 좋아서 뭐 이러고 있는 상태 아닙니까? 지금 우리 정부에서 '총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강경화 장관이 무슨 대응 팀장으로 해서 출발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경화 장관이 가서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은 또 아니잖아요.
고씨의 이러한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의 '골든타임은 고작 3분' 막말과 유사합니다. TV조선에서 비슷한 망언이 먼저 나왔던 겁니다.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애먼 참사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입니다.
'관광객이 무리하게 출항 강행'? 아직도 조사 중인데…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남국 변호사도 궂은 날씨에도 출항을 하게 된 원인이 피해자들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남국 변호사 : 사실 이 유람선이 출항을 하는 것 자체가, 출항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안전을 위해서는 좋았을텐데 비가 그 전날에 상당히 많이 오기는 했는데 이 지금 참좋은 회사(참좋은여행사), 문제가 된 이 유람선이 출발을 할 당시 저녁 8시경에는 또 비가 잠깐 그쳤던 상황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행 관광객이라든가 가이드라든가 이번에 한 번 놓치게 되면 언제 다뉴브강의 야경을 보겠냐고 하면서 무리하게 조금 강행을 한 것 아니냐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거기에 더해서 다른 유람선들도 계속 다니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했나 본데 (중략)
피해자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이런 발언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도 아닙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킹 시긴호의 추돌로 확인된 가운데, 정확한 진상 파악은 허블레아니 호가 인양된 후인 12일부터 시작됐고 추돌과 관련해서도 헝가리 당국에 여러 축소 의혹이 나오면서 조사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참사에 있어서는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할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이렇게 개인적 추정을 남발하면 피해자와 그 가족은 더욱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출연자의 발언 외에도 TV조선은 대담을 시작하며 두 선박의 충돌 영상에 별도의 비장한 음악을 깔아 사고를 영화처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첫 날, 실종자들의 수색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던 시점에서도 TV조선은 피해자들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민경욱 의원 "골든타임 3분"…정치권 전체로 화살 돌린 고성국 씨
앞서 참사 직후 방송부터 TV조선을 통해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던 고성국 씨는 비슷한 발언이 자유한국당에서 나오자 비판의 화살을 다른 국회의원들에 돌리기도 했습니다.
5월 31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SNS에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글을 쓰고 비판이 쏟아지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3)에서 고성국 씨는 "대부분의 막말 논란은 한쪽에서는 격렬하게 막말이라고 규정하고", "다른 지지층 쪽에서는 뭐 못할 말 했냐, 사실은 이런 대립 구도 속에서" 나온다며 "논란이 되면 무조건 막말로 규정하는 막말 프레임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이 더 빈도도 많고 심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돌연 여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 : 정치인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이 국민들한테 또 이를 테면 피해자가 있을 경우에는 그 피해자들이, 그 유족들이 어떻게 들을까를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그 분들이 불편하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말을 쓰면 되는 거예요. 일단 써놓고 난 다음에 '제 의도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변명하는 것이 지금 되풀이되고 있는데 그래서 저는 황교안 대표가 심사일언 그랬습니까? 말하기 전에 좀 먼저 생각 좀 해라 이 말 아닙니까? 저는 적절하게 소속당 의원들을 단속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 심사일언이라고 하는 경고가 한국당 의원들한테만 적용되는 것이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말 괜찮냐, 민주평화당 의원 정의당 의원들은 정말 괜찮냐, 우리 정치권 모두가 다 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