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들의 몸짓과 손길엔 해주려는 마음, 돌보는 마음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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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화원으로 일했던 분들은 이미 마음을 써서 일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아니, '터득했다'는 표현은 사실 적합하지 않다. 힘써 몸으로 하는 일에 마음이 함께 쓰이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잠시 동안은 내가 내 몸을 속여 우러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 머리를 속이는 일은 가능하다. 머리를 반복해서 속이면 속는 줄도 모르고 속아 넘어간다. 그러나 몸은 속일 수가 없다. 오히려 머리를 속이거나 감정을 속이다보면 결국엔 몸이 말해준다.
그래서 그 분들의 몸짓과 손길엔 해주려는 마음, 돌보는 마음이 들어가 있다. 요청한 비품의 결제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아 필요한 세제가 없으면 자기 돈으로 사가지고 와서 쓴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청소밖에 더 하겠냐며 무겁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가끔 불합리해 보이는 지시가 내려올 때가 있다. 미화원들은 모두 그 불합리를 알고 있고 불평도 한다. 하지만 초짜인 내가 그 불합리를 어떻게 고칠까 궁리하는 동안, 다른 분들은 불합리한 지시에 어떻게든 마음을 욱여넣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해놓으니 좀 다르네... 뭐,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물론 이런 자세는 부조리하고 부당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무력화시키기는 한다(이 주제는 다음에 다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 누구도 '돈 벌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별 수 있나?'와 같은 신세 한탄을 하지 않는다. 내 뜻과 너무도 다른 일을 해야 할 때에도 그 일에 마음을 담기 위해 애를 쓴다. 마음을 담아야만 몸도 제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몸을 낮추려면 마음도 낮추어야
감정노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내면의 불화로 고통 받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몸도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된다면 무척 고통스러워진다. 그런데 미화원 같은 3D업종의 경우,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처음부터 몸이 원할 리가 없다. 그러므로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마음을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러운 곳을 치우면서 마음 없이 기계처럼 몸만 움직일 순 없는 일이다. 밑바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낮추지 않으면 몸도 충분히 낮춰지지 않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 수는 있어도 몸이 하는 일을 마음이 모르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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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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