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정리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 심의·의결을 추진하기 위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홍익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어떤 안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남소연
"앞에서는 '고생하신다, 이번에 법안 처리하겠다' 해놓고선 안 된다. 늘 이랬다. 속이 터진다. 이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인지, 그 자질이 의심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똑같다."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여야 모두를 꼬집는 목소리. 인터뷰 내내 한숨이 잦았던 이 사람은 허순자 한국전쟁유족회 사무국장이다. 허 사무국장이 "속이 터지는" 이유는 국회에 계류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아래 과거사정리법)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10년 12월 31일. 이날 부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과거사위원회)는 해산됐다.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정지됨에 따라 항일독립운동 당시 반인권행위 그리고 한국전쟁 전후 군경 등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사망·상해·실종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명예회복 역시 모두 멈췄다.
19대 국회(2012~2016)부터 현재 20대 국회까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과거사 관련 법안 8건은 임기만료폐기로 운명을 다했다. 2017년부터 총 9건의 과거사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멈춰 버린 법안 처리에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이들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후손들이다. 그중 한국전쟁유족회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20일이면 1인시위 500일을 맞는다.
과거사정리법은 정치권에서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여야 이견이 없어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이라는 뜻. 하지만 수 년째 과거사정리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정쟁으로 치달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에는 과거사정리법의 법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로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법안소위 소속 위원들은 결국 '국회 정상화 이후에 처리하자'는 것으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이날 법안소위 현장을 찾은 한국전쟁유족회 회원들은 "이게 우리나라 법이여? 개똥 같은 법이네!"라며 울분을 토했다.
수 년째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과거사정리법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한국전쟁유족회 허순자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앞에서는 '고생하신다' 말만... 안에서는 국회의원들끼리 싸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