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로 거듭난 이탄희사법농단 사태를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지난 5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남소연
국제인권법 연구회는 법원 내 학술모임으로 사법농단의 출발점이 된 곳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적극 추진해온 상고법원(대법원과 별도로 3심 사건 처리하는 법원) 설치에 반대하고, 대법원장 한 사람이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틀어쥔 현실을 비판해온 국제인권법 연구회를 특별관리했다. 수시로 동향을 파악하고 '중복 가입 해소'란 이유로 판사들의 탈퇴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연구회 소속이며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이 난 이탄희 전 판사는 이러한 일이 자신의 새 업무라는 사실을 알고 사표를 냈다. 그럼에도 양승태 대법원은 줄곧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다, 국제인권법 연구회를 부당하게 견제한 적 없다'고 했다. 2017년 4월 꾸려진 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두 차례 걸쳐 이뤄진 추가조사에서도 결론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사실상의 리스트는 존재했다. 13일 재판에서 드러난 내용은 양승태 대법원이 핵심 회원들의 가입, 활동 사실을 공식인사기록에 기재할 정도로 국제인권법 연구회를 견제했음을 뜻한다.
법관인사관리시스템 메모란에 다른 법원 내 연구회 가입여부를 기재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해 사법부 스스로 공개한 2016년 3월 10일자 <국제인권법 연구회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에는 "인사모는 문제 상황의 집약체이자 핵심"이란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 문건은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했다. 검찰은 보고서 완성 후 법관인사관리시스템 메모가 추가됐다고 본다.
국제인권법 연구회와 별개로 '찍힌' 판사들도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판결을 비판한 판사,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칼럼을 게재한 판사도 인사조치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조사에서 "물의야기법관이라고 해서 인사안을 만들어오면 그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제가 맞다"고 말했다.
기억 없다는 양승태, 기록 사라진 행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