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바라본 소록대교소록대교가 2009년 개통돼 육지나 다름없는 곳이 됐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 집단 거주지였다.
최정선
전남 고흥 소록도(小鹿島)를 찾았다. 소록은 '어린 사슴'을 뜻하는 한자어다. 소록도의 원래 명칭은 녹도(鹿島)다. 유추컨대, 과거 이 섬에 사슴이 많았던가, 사슴을 방목했을 듯하다.
거금도의 징검다리인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 집단 거주지였다. 1916년 유일한 나병 전문병원인 자혜의원(조선총독부령 제7호)이 이곳에 들어선 뒤, 일본은 나병 환자를 이곳에 강제 수용했다.
지금은 소록대교가 2009년 개통돼 섬에서 육지나 다름없는 곳이 됐다. 소록도가 가까워 오자 해안을 따라 푸른 소나무의 숲이 맞아준다. 그 사이로 난 도로는 소록도 입구에서 멈춘다.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한센인의 면회가 이루어졌단다. 행여 바람결에 병이 옮길 새라 그리운 가족의 손 한번 잡아 볼 수도 없는 애환 어린 장소다. 그래서 수탄장(愁嘆場)이라 부른다.
한센병 환자의 삶은 세 번 죽어야 전생의 인연을 끊는다고 한다. 처음은 가족, 친지, 사회로부터의 단절을 뜻하는 사회적 죽음, 두 번째는 피부가 썩어 가며 서서히 죽는 육체적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어서도 묻히지 못하고 해부되는 치욕의 죽음이다.